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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웹툰작가 주호민이 직접 답해준 지식인 질문들!


안녕하세요, 웹툰을 그리는 주호민입니다.

<짬>, <무한동력>, <신과함께>, <만화전쟁> 등을 그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제 웹툰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꾸준히 그릴 수 있었습니다.

첫 웹툰은 2005년에 그렸는데, 그 사이에 웹툰 시장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커졌고, 최근에는 '웹툰작가'라는 직업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장래희망 순위권에 꼽힌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기쁘면서도 고민이 깊어집니다. 

이렇게 다들 웹툰작가 한다고 하면 나는 도대체 얼마나 더 재미있게 그려야 하는 것인가, 다른 좋은 직업도 많은데 왜 굳이…


주호민의 작품

여러 가지 웹툰을 그렸지만 역시 대표작은 '신과함께'라고 해야겠네요.

2010년부터 3년간 네이버웹툰에 연재를 했어요. 우연히 제주도 신화를 보았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신기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걸 각색해서 웹툰으로 그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많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나오면 복잡할 것 같아서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 3부작으로 나눴어요. 저승편에서는 한국의 전통 저승관을, 이승편에서는 가택 신앙을, 그리고 마지막 신화편에서는 저승편과 이승편에 등장한 신들이 어떤 연유로 신이 되었는가 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그렸어요. 다행히 많은 독자분들께서 좋아해주셔서 뮤지컬도 만들어지게 됐고, 올해는 게임도 나오고 영화도 개봉합니다.


질문 1 웹툰작가가 되신 계기캐릭터 생김새, 이름 및 인체구도는 어떻게 정하나요?

주호민 작가 전역하고 백수로 지내던 도중, 군대 경험담을 만화로 그려서 인터넷에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붐이라는 서비스에 '짬'이라는 만화를 그려 올리기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 책도 나오게 되고 

지금까지 계속 만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캐릭터의 생김새와 이름은 그 캐릭터의 성격과 역할을 드러낼 수 있으면 좋습니다. 

얼굴에서 가장 크게 감정을 드러낼수 있는 부위는 눈이니, 특히 신경을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름은 발음했을때 입에 잘 감기는지, 그 캐릭터의 성격과 어울리는지 등을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인체비율은 편하게 그릴수 비율이 가장 좋은 비율이라고 생각합니다. 

8~9등신 캐릭터를 평소 즐겨그린다면 그 비율로 만화를 그리면 됩니다. 

반대로 SD캐릭터를 즐겨 그린다면 그 비율로 그리세요!


질문 2 작가님이 사용하시는 장비와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주호민 작가 저는 지금은 단종된 와콤 신티크 21인치와 포토샵CC를 이용해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 웹툰을 시작할 때에는 10만원 남짓한 평판 타블렛을 사용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일거리가 늘어난 후에는 신티크라는 타블렛모니터로 장비를 바꾸었는데요, 

작업속도가 매우 빨라져서 비싼 값을 하는 장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신티크는 그림을 잘 그리게 하는 기능은 없더군요. 효율적으로 빨리 그리게 할 뿐... 또르르) 

프로그램은 꾸준히 포토샵을 쓰고 있는데, 다른 작가들을 보면 코믹스튜디오, 클립스튜디오도 많이 쓰고, 

배경은 스케치업이라는 건축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하는 추세입니다.


질문 3 아이디어가 많은데 그림을 못 그릴 때 어떻게 하는게 좋은가요?

주호민 작가 잘 못 그려도 충분히 매력있는 만화를 그릴 수 있습니다만, 

이 질문은 누가 봐도 못그린다는전제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많다면 스토리 작가에 도전해 보시는게 어떨까요? 

다만 괜찮은 아이디어는 출발선일뿐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디어를 이용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이어져야 할 것이고, 

그 스토리에 맞는 그림 작가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만화 콘티를 그릴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신다면 충분히 좋은 웹툰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글만 쓰느냐, 콘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많이 달라집니다.


질문 4 일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주호민 작가 매일 백지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백지들을 이번 주 내에 채울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항상 있습니다. 

요즘들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사실 ‘주간 마감에 의한 작업량’ 

이것 하나뿐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또르르


질문 5 주제를 선정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주호민 작가 저는 다큐멘터리나 뉴스에서 본 이야기에서 출발할때가 많습니다. 

실제 인물과 사건에 나름대로의 뒷얘기를 상상해보면 살을 붙여 만드는 편입니다. 

‘무한동력’ 같은 경우 ‘세상에 이런일이’ 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온, 자신의 집 마당에 무한동력 장치를 

만들고 있는 발명가를 보고 그리기 시작했고, ‘신과함께’도 무속에 관한 다큐를 보다가 제주도 신화에 관심이 생겨 그리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그린 ‘만화전쟁’은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뉴스를 보고 ‘삐라 말고 내 만화책이나 보내지!’ 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만화입니다.


질문 6 작품 하나가 완전히 끝나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주호민 작가 저는 거의 모든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대로 끝낸 편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나면 ‘이 장면을 그리기 위해 그간 이렇게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후련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회에 달린 독자들의 댓글을 보며 아빠미소를 짓는 나날들이 보름간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한달이 지나기 시작하면... ‘자, 이제 뭐 그리지?’ 라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방금 끝낸 만화보다 재미있게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말이죠!


질문 7 작가의 입장에서 좋은 작품이란 어떤 것인가요?

주호민 작가 저는 희노애락이 모두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기쁨과 즐거움을 물론 슬픔과 분노같은 부정적인 감정들까지요. 

그래서 독자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욕심을 부려보면 그동안 쓰지 않았던 (또는 쓰였지만 성취가 미미했던) 소재들을 발굴해 새로운 지평을 연다던가, 

획기적인 기법을 만들어내 다른 작품들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거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것 같습니다.


질문 8 악플이 있다면 어떻게 버티시나요?

주호민 작가 악플은 피할 수 없지요. 작품과 상관없는 작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작품에 대한 몰이해로 무턱대고 다는 악플은 그냥 무시하는 편입니다. 

다만 ‘재미없다’ 라는 댓글이 많이 달려있는 경우... 슬프지만 정말 재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팩트폭력이라고 하지요... 또르르) 

이런 댓글을 악플로 치부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겠지요. 따라서 이것이 악플인가 아닌가에 대한 정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제 스스로도 느끼고 있던 결점이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만화의 오류 등을 지적받을 때가 가장 아픕니다. 

그런 것들은 엄중히 받아들이고, 그 외의 것들은 흘려보냅니다.


질문 9 언제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주호민 작가 월요일에 출근을 안할 때... 하지만 퇴근도 안한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농담이고요, 항상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서 공기처럼 잘 안느껴집니다. 

내 생각을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이고, 가장 좋은건 혼자서 한다는 것입니다. 

망해도 혼자 망하니까요!


질문 10 스토리를 구성할 때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주호민 작가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무언가를 써내려간 적은 없습니다. 항상 영화나 소설, 만화나 다큐 등 여러 가지 콘텐츠의 영향을 받아 출발했습니다. 

저는 주로 머릿속에 부유하던 생각들이 서로 부딪쳐 결합하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네요. 

예를 들면 ‘무한동력’이라는 만화는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TV에서 무한동력장치를 만드는 발명가를 보고 ‘이 발명가의 이야기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붙이면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또 ‘신과함께’ 같은 만화는 재개발과 강제이주 문제에 관심이 있던 차에 집을 지켜주는 가택신에 대해 알게 되어 ‘집이 사라지면 가택신은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 아이디어를 불려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듭니다. 결말을 포함한 뼈대를 세워두고 연재중에 살을 조금씩 붙여갑니다. 

결말을 처음에 정하는 이유는 이야기가 중간에 뜻대로 풀리지 않아도 정해진 결말이 등대처럼 비추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쪽으로 나아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네이버 오늘의 질문 초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