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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책 속 밑줄긋기

에세이 추천도서] 힘 빼기의 기술

"힘 빼기의 기술"의 저자 김하나는,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외 수많은 히트 광고의 카피를 쓴 카피라이터이다. 




책 속 밑줄긋기


p7. 꿈을 크게 가지고 항상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도 한다. 꿈은 꼭 그렇게 거창해야만 하는 걸까? '가만히 파도와 푸른 잎사귀와 고양이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것'을 꿈꾸면 안 되는 걸까?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힘을 내기보단 힘을 빼야 한다.

꿈은 클수록이 아니라 다양할수록 좋다고 믿는다. 나는 자꾸만 삶을 비장하게 만드는 말들이 싫다. 


p8. 시간이 지날수록 '내 집'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내가 짊어진 배낭이야말로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 든 걸로 반년을 살았다면, 사실 그걸로 어디서든 살 수 있는 거였다. 배낭은 씨앗이 되어 내가 그걸 어느 땅에 심는다면 새로운 정주처가 생겨날 것 같았다.



p10. 요즘 나는 수영 초급반을 다니고 있다. 고급반 대선배님들은 종종 "힘 빼기가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힘을 빼는 데에 가장 힘이 든다니, 인생에서 중요한 잠언들이 으레 그렇듯이 참으로 모순적이다. 


p44.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줄 힘이 처음부터 없으면 모를까, 힘을 줄 수 있는데 그 힘을 빼는 건 말이다. 친구 하나는 “병원 가서 엉덩이에 주사 맞을 때 말야, 간호사가 ‘엉덩이 힘 빼세요’ 하면 엉덩이에 힘을 빼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에 더 힘이 들어가버린다구”라고 말했다. 쓰고 보니 이 말은 그다지 적절한 예시 같지는 않다. 하여간 힘 빼기의 기술은 미묘한 고급 기술이다.


p79. 인생에서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떤 슬픔이 어떤 기쁨을 불러올지, 어떤 우연이 또 다른 우연으로 이어질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엔 모든 게 고맙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p82. 인생은 어제에서 오늘로 파도처럼 이어지고, 30대와 40대가, 50대와 60대가 딱 자르듯 달라지지는 않는다. 비슷비슷한 경험과 실수의 파도를 반복하면서 우리 안에는 어떤 무늬가 짜여나가고 있을 테고, 그 무늬는 드러나 빛을 발하든 그렇지 않든 나름대로 아름다울 것이다.


p103. 나이는 가만히 있어도 먹게 된다. 숨만 쉬어도 먹는 게 나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은 존경심과는 무관한 일이다. 물론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을 존중할 필요는 있다. 나는 그의 나이를 겪어 보지 못했지만 그는 내 나이를 거쳐 갔으므로 그런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때 또 많은 것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존중과 존경은 다르다. 존경심이란 그리 쉽게 생기는 게 아니며, 강요당할 때면 더더욱 생겨나기 힘들다. 나는 '노인을 공경하라'는 말도 이해를 잘 못한다. 자리를 양보하고 무거운 짐을 들어드리는 건 체력과 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노약자에 대한 보호심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하지만 체력과 지각 능력이 여전히 쌩쌩한 노인이라면? 여느 시민을 대하듯 동등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존중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