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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독일인턴생활기 | 프랑크프루트 현대모비스 유럽법인

 

집 구하는데 끼어든 사기꾼

평소 해외취업과 외국계 기업 입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대학시절 쌓을 만한 경력이나 경험을 찾다가 교환학생과 해외 인턴십에 생각이 미쳤다. 

교환학생 파견 전 글로벌무역인턴십에 참여했던 학과 선배를 만났고, 그의 경험담을들은 뒤에는 ‘교환학생 후 글로벌무역인턴십에 도전하자’고 나름대로 계획을 짰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 실행에 옮겼다. 

내가 파견된 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유럽법인이었다. 처음 ‘프랑크푸르트’라는 말을 들었을 때 교환학생으로 이미 독일에서 1년을 보냈던 터라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막상 부딪쳐본 프랑크푸르트 생활은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독일의 소도시와는 많이 달랐다. 

우선 대중교통이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었다. 프랑크푸르트는 약 70만 명이 거주하는, 독일에서는 대도시에 속한다. 교환학생 시절 살았던 밤베르크가 약 7만 명이었으니 10배나 차이가 났다. 익숙하지 않은 ‘S-Bahn’을 출근할 때마다 타야 했는데, 골치가 아팠다. 한국처럼 배차간격이 좁은 것도 아니고 교통비도 매우 비싸 ‘S-Bahn’을 이용하기가 무척 불편했다. 예고 없는 파업과 연착도 불편함을 가중시켰다.


사실 6개월 간 거주하는 사람이 독일인을 통해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www.wg-gesucht.de’ 같은 독일 사이트에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거의 답장을 받지 못했고, 엉뚱하게 사기꾼만 만났다. ‘집주인이 지금 인도에 출장 중이고 집 열쇠는 내가 갖고 있으니, 방세를 송금하면 열쇠를 보내주겠다’는 얘기였다. 

당시 나는 워낙 급하게 방을 구하고 있던 터라 사기꾼의 말에 따르기 직전이었는데, 다행히 알고 지내던 독일인 친구가 “절대 하면 안된다”고 말려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거절 후 곧바로 ‘www.wg-gesucht.de’ 에서도 “이 사람은 사기의 위험이 있으니 절대 거래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전달받았다. 계약을 앞두고 말이 오가는 과정에서 선금을 요구하면 100% 사기이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실수에서 배운 꼼꼼함의 중요성

나는 독일의 교포 사이트인 ‘베를린리포트’를 통해 약 5개월간 지낼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출국 전부터 많은 걱정을 했지만, 독일 입국 후 2주 안에 집을 구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현대모비스 프랑크푸르트법인에서 나의 주된 업무는 시장동향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현대모비스 유럽은 벨기에, 독일, 영국,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등 유럽 내 7개국에 부품유통센터(Parts Distribution Center, PDC)를 두고 있었는데, 이들국가의 경제동향이나 완성차 시장 동향을 주로 조사했다. 

경제동향은 영어 기사를 제공하는 각국의 로컬 사이트나 ‘유로저널’이라는 사이트를 활용했다. 하지만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공신력 있는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각국의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전망치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DC)나 국제통화기금(IMF) 사이트에 들어가곤 했다. 완성차 시장은 부품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여서 매달 유럽에서 판매되는 완성차 대수를 조사했다. 

그래서 유럽 내 국가들의 신차 등록대수를 엑셀 및 PDF 자료로 올려주는 ‘ACEA’라는 사이트를 활용하는 동시에 완성차 관련 자료뿐 아니라 부품산업, 주요 경제동향 등에 관해 알아볼 수 있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서도 자료를 구했다. 현대모비스는 많은 외국인들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자료 공유를 위해 수집된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야 할 때가 있다. 

주요 보고서는 다른 부서에도 넘겨줘야 해서 번역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인턴 업무를 시작한지 3개월쯤 지나자 시장동향 조사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판매동향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인턴이기 때문에 중요한 숫자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1일 매출현황을 간단한 표와 그래프로 정리해 ‘데일리 세일즈 트래킹(Daily Sales Tracking)’이라는 제목으로 필요한 부서에 매일 송부했다. 

세일즈와 관련해서는 분석 보고서도 작성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판매자료를 바탕으로 연도별, 월별 또는 부품별로 판매를 비교, 분석해 엑셀 표와 그래프로 만들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보고서처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기본 데이터 정리를 하거나 편집하면서 일손을 보탰다.


업무를 위해 내가 주로 이용한 사이트

유럽지역의 자동차부품 시장에 흥미가 있는 분들을 위해 그간 내가 주로 이용했던 정보원을 알려주고 싶다. 현대모비스가 자동차부품 회사이다 보니 완성차의 판매가 부품 판매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유럽 내 완성차 동향을 꾸준히 파악해야 하는데, 이럴 때 주로 활용하는 사이트가 몇 군데 있다.


일단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는 주로 미국, 유럽,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기사를 다룬다. 내 경우에는 유럽 시장을 조사해야 해서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Automotive News Europe, http://europe.autonews.com/)’을 많이 봤다. 

주로 유럽 내 자동차 제조업체, 부품 제조업체의 근황이나 판매실적, 신차 출시 소식 등을 접할 수 있다.


ACEA는 유럽자동차제조협회(European Automobile Manufacturers Association, http://www.acea.be)로, 매달 유럽의 신차 등록대수 자료를 국가별, 제조사 별로 얻을 수 있다.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차도 다루며, 유럽의 자동차 관련 세금, 수출, 고용동향 등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나는 전부터 외국계 기업 취업이나 해외취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글로벌무역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이런 마음은 더욱 강해졌다.

물론 교환학생 생활이 끝나고 무역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도 해외,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독일 취업을 시도하긴 했다. 주로 이용한 경로는 ‘네이버’ 카페인 ‘독일IN’이었는데, 독일 내 한국 기업의 구인 광고가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올라오는 곳이다. 주로 KOTRA를 거치기 때문에 믿고 지원할 만하다.

학교 내 취업 사이트에도 가끔씩 해외취업에 관한 구인 게시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나 또한 학교 취업센터를 활용하기도 했다. 글로벌무역인턴십에 지원하고 발표가 나기 전 독일에 있는 한 회사로부터 인턴 합격을 받았지만 비자 문제가 걸려 포기하고 말았다. 그간 수월하게 발급받던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교환학생 이력 때문에 불가능해진 것이다. 사실 이 때문에 글로벌무역인턴십에 합격이 되고 독일어 수업을 들으면서도 독일에 있는 기업에 파견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독일 취업? 독일어!

현재 나는 인턴생활을 6개월 연장한 상태다. 인턴십 인턴기간은 2014년 8월로 끝났지만 파견 기업에서의 업무 만족도가 높았던 데다 한국의 대학교에 남은 한 학기를 인턴십으로 대체한 것. 그러면서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지금도 ‘Monster’, ‘indeed.de’ 또는 ‘stepstone.de’ 같은 사이트에 들르거나 직접 기업 홈페이지를 방문하기도 한다. 독일 내 한국동포 사이트인 ‘베를린 리포트’도 자주 보는 편이다.

한국과 달리 독일 기업들은 대학에서의 전공을 굉장히 중시한다. 또한 외국인이라도 독일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해야 지원할 기회가 많아진다. ‘영어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독일인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그다지 큰 메리트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독일 현지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어이며, 그 다음이 전공과 경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라도 배우겠다’ 

독일 생활을 경험하면서 후배 인턴들에게 바라는 게 몇 가지 생각나 감히 적어본다.

일단 외국에 나간다고 너무 들떠서는 안 된다. ‘해외인턴’이란 직함(?)은 얼핏 멋있어 보이고 소중한 경험인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현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다. 본분을 잊고 지낸다면 그만큼 실망도 많이 하고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역협회 소속이자 현지 회사에도 소속된 인턴인 만큼 책임져야할 부분도 크고 많다. 본분에 충실하면서 생활하면 무리가 없다.

나 자신도 경험했지만, 현지 채용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독일 파견 전 회사자료에 ‘현지 채용이 가능하다’는 글을 보고 독일 취업을 꿈꿨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인턴십 종료 당시의 회사 사정과 자신의 근무능력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현지 채용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욕심 부리기보다 ‘하나라도 배우겠다’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분야에 내가 관심과 소질이 있는지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라고 비교적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게 좋다.


*출처: 무역협회 (www.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