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프랑스인턴생활기 | 프랑스 무역회사에서 일하며 느낀 점




프랑스 무역용어의 중요성

프랑스어를 전공한 인턴들은 대개 프랑스에서 일해보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어만큼 중요한 게 무역실무다. 따라서 프랑스 파견을 희망하는 인턴이라면 ‘프랑스어+무역’이라야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실 나는 프랑스의 여러 환경을 경험한 터라 업무에 적응하는 부분 말고는 크게 신경 쓸 게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도 프랑스에 와보지않았거나, 프랑스에서 장기간 살아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프랑스의 전반적인 생활환경에 대해 잘 알고 오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업무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생활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만 해도 무역용어 같은 걸 미리 익히는 게 순서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고 하지만 업무에서 영국 업체를 상대할 때를 제외하면 모두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한다. 심지어 독일이나 이탈리아 업체도 영업부서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할 줄 알아서 대부분 프랑스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여기서 프랑스어를 잘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회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가 다루고 있는 물품이나 무역용어 등을 프랑스어로 아는 것을 뜻한다. 프랑스어 무역용어 사전을 살펴보거나 구글링을 통해 용어를 정리하고 익히는 게 좋을 것 같다.

 

혼자 준비하다

이야기 초반부터 ‘무역’, ‘무역용어’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바로 프랑스어를 전공했을 뿐 무역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는 전형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글무’가 좋은 프로그램이고, 외국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내게도 충분한 지원동기가 됐다. 

나는 특히 내 어학 전공과 관련해 해외의 색다른 환경에서 근무해 보고 싶었다. 나는 ‘글무’ 지원 신청서를 제출하고 1차 서류 합격 통보를 받은 다음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역시 어학 전공자여서 무역 지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글무’에 지원하기 바로 전에 ‘국제무역사’ 시험을 세 달 정도 준비한 경험이 내 기본적인 무역지식이 됐다.

 

비자 준비는 여유있게 꼼꼼히

사실 내가 원래 가기로 한 국가는 독일이었다. 그러다가 사정이 생겨 프랑스로 파견지가 바뀌었다. 그래서 비자에 관해 알아봤는데, 프랑스는 2008~09년부터 워킹홀리데이비자 협정이 체결돼 이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워킹홀리데이비자는 다른 비자에 비해 취득이 쉬운 편이지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워킹홀리데이비자의 주목적은 ‘문화 교환 및 언어 체험’이다. 따라서 프랑스 노동법도 노동권을 보장해주기는 하지만, 주목적보다 하위사항이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이유, 동기 등을 작성할 때 취업이나 일자리에 관해 너무 자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필요한 서류는 12가지 정도가 있는데, 프랑스 대사관에서 정해놓은 순서대로 잘 정리해 빠진 것이 없는지 여러 번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원하는 시간에갈 수 있는 개 아니라 미리 비자센터를 통해 예약을 하고, 예약증과 함께 준비한 서류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 프랑스 대사관은 오전 정해진 시간에만 비자인터뷰를 하며, 예약한 시간에 맞추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돼 다시 시간을 잡아야 하니 미리 가서 대기하는 게 좋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학생비자와 달리 약 1~2주의 심사기간을 거쳐 비자가 나온다. 비자는 비행기가 프랑스에 입국하는 날짜부터 시작해 1년 단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역’을 확실히 가르쳐준 중계무역

내가 일한 곳은 DFM인터내셔널이라는 중계무역을 하는 회사였다. 한국의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구해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이 덕분에 나는 ‘무역’이라는 분야를 확실히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내가 주로 한 일은 견적 진행하기, 인보이스 및 포장명세서 만들기, 운송사에 연락해 선하증권과 수출자 증명서류 받기, 물품 납기 추심하기, 클레임 관리하기 등이었다. 대부분의 업무를 프랑스 기업들과 하기 때문에 프랑스어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로 연락해야 했다. 처음에는 비즈니스 프랑스어에대한 감이 없어서 많이 더듬거렸다. 전화를 한다는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전화 한 번 걸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해야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적응이 됐다.


가장 먼저 배운 일은 프로그램 다루는 방법이었다. 여러 가지 문서를 만들고 저장하다 보니 회사에서 쓰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었다. 진행된 견적이나 인보이스, 포장명세서를 만드는 일은 회사 프로그램인 ‘오퍼매니저’에 기록했다. 나는 과장님과 대리님이 프로그램 사용법을 일주일 정도 알려주셨고, 그 뒤 프로그램과 익숙해지는 것은 내 몫이었다.

또한 DFM인터내셔널에는 로프트18이라는 계열사가 있었는데, 주로 액세서리, 문구, 친환경 제품들을 한국에서 수입해 프랑스에 납품했다. DFM이 이회사와 협업해서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나 역시 로프트18의 업무를 지원한 적 이 많다. 인턴생활 후반기에는 로프트T18의 회계업무를 맡기도 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프랑스와 한국을 연결해 일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됐다. 무역이라는 게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 외에도 더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경험한 첫 번째 사실은 ‘프랑스 기업과 한국 기업의 근무태도의 차이’였다. 프랑스는 근무환경이 좋기로 유명한 나라다. 특히나 자신의 권리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에 철두철미하게 근무시간을 지키고 일 역시 한국에 비해 여유롭게 하는 편이다. 또한 노동법에 명시된 유급휴가가 1년에 3개월 정도 있어서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반면 한국 같은 경우에는쉬는 날이 많지 않고, 일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이처럼 근무환경이 확연히 다르다 보니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해 일을 할 때는 물품의 납기, 운송 등에서 종종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특히나 크리스마스나 여름 휴가시즌에는 짧게는 2주, 길게는 3주까지 쉬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한국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맞춰주지 못할까 싶어서 회사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두 번째는 ‘서비스 의식의 차이’였다. 이 부분은 첫 번째 이유와 상응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객이 우선’이라는 서비스 의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는데 반면, 프랑스는 그런 마인드는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갑-을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관계 의식이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세 번째는 ‘시차’였다. 한국과 프랑스는 8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무역을 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노력과 주의가 필요했다. 한번은 실제로 한국에서 견적을 의뢰한 부품이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오전 10시, 즉 한국시간으로 오후6시까지 입찰을 하지 않으면 놓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가 있었다. 입찰 전날부터 프랑스 업체에 견적을 의뢰했지만, 늑장 대응으로 프랑스 시간으로 오전 11시나 돼서야 견적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입찰 마감시간을 넘긴 뒤였다. 이런 경우는 업체의 늑장 대응 탓도 있지만, 시차 때문이기도 해서 더 많은 주의가 필요했다. 실제로 사장님은 더러 새벽에 출근하셔서 한국과 비즈니스를 진행하곤 하셨다.


워킹홀리데이비자의 유용성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구직환경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영향으로 채용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프랑스는 특정 시점에 채용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기업에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몇몇 유명한 구인구직 사이트가 있는 게 아니어서 주로 구글 프랑스에 ‘프랑스/파리의 일(travail en france/à paris)’, ‘파리의 일자리(emploi à paris)’ 등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사이트가 나온다. 이렇게 사이트를 찾아 지원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자발적 후보(candidateur spontané)’라고 해서 원하는 곳에 가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면서 지원서를 내는 일도 많다. 이런 식으로 여러 군데 지원서를 내다 보면 전화나 메일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경우가 생긴다.


워킹홀리데비자는 평생에 한번 밖에 받을 수 없지만, 동시에 정말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 나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으니 말이다. 보통 워킹홀리데이비자로 일을 구하면 ‘유기고용계약(CDD, contrat à durée déterminée)’이라고 해서 계약직으로 계약서를 쓰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후 업무평가나 여러 환경에 따라 회사에서 ‘CDD’를 ‘불특정기간계약(CDI, contrat à durée indéterminée)’으로 변경해주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상당히 어렵고 세금처럼 큰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프랑스의 실업률 역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외국인보다는 내국인 고용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라 회사가 노동비자를 신청해도 거절될 확률이 높아졌다. 이 경우 회사에서는 변호사를 통해 노동비자 취득을 강행하기도 하지만, 고용주 입장에서 그럴 만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고용해야 할 사람이 아닌 이상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공’을 우선적으로 본다. 프랑스의 경우 3년의 학사기간 동안 약 2번의 인턴생활을 통해 실무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는 학사제도에 포함되는 과정으로, 이 과정이 없을 경우 학점도 얻지 못하고 졸업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특정 분야의 ‘준비된 인재’가 된다. 그렇다 보니 전공과 직무가 같아야 취직의 문이 열리기 쉽다. 

전공과 직무가 다르다고 해서 취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전공과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에서 일하기를 진정 원한다면 전공으로 학사나 석사학위를 취득할 것을 추천하는 사람도 많다.


*출처: 무역협회 (www.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