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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러시아인턴생활기 | LG전자 라트비아 법인



‘무역’의 ‘무’ 자도 모르던 나

나는 대학 때 러시아어를 전공했다. 그 덕분에 두 번의 교환학생 신분으로 러시아에 체류하면서 그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러시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했는데, 자동차 시장이 유망해 보였다. 이 때문에 막연하나마 러시아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을 주시하던 중 선배의 추천으로 ‘글로벌 무역인턴십’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러시아에서 직장생활을 맞볼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어학 전공자인 내게 무역은 너무나 생소했다. 

솔직히 ‘무역’의 ‘무’ 자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그게 아니면 무조건 러시아 시장에 발을 디뎌보겠다는 집념 덕분인지 ‘글무’ 프로그램에 동행하는 행운이 따랐다. 한 달 간의 국내교육 시간은 역시 벅찼다. 처음 접하는 무역실무 용어나 지식은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복잡한 무역실무 절차를 이해하게 됐고, 신기한 느낌마저 들었다. 실제로 무역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국내교육은 많이 부족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각하고 성장한 시기였다.

 

비자 서류는 미리미리

내가 파견된 라트비아는 쉥겐협약 가입국으로 90일 동안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6개월간의 체류를 위해 거주허가증을 발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권, 증명사진, 거주허가증신청서, 가족관계증명서(영문) 및 잔고증명서원본(영문), 라트비아 내 거주지 증명서류, X-레이 검사서류 등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준비할 수 있는 서류는 미리 준비해서 가져간 덕분에 조금 편하게 거주허가증을 받았던 것 같다. 현지에서 해결이 안 되면 번거롭더라도 국제배송을 받는 수밖에 없다. 참고로 현지에서 채용되면 노동비자를 받을 수 있는데, 갱신기간은 1년이 다. 

라트비아는 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임금은 낮고 실업률은 오르고 있다. 이처럼 현지 취업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현지 기업과 외국계 기업 간의 임금 차이가 굉장히 크다.

 

회사로부터 10km 떨어진 곳에 다른 인턴과 함께 원룸을 얻어서 출퇴근했다. 시내버스 한번, 회사 통근버스 한번, 이렇게 두 번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첫 발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미숙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파견 전 ‘라트비아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구사할까’ 하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모국어 수준으로 러시아어를 쓰고 있었다. 물론, LG전자에서 근무하는 라트비아인들도 모두 러시아어가 원활했다.

 

일 속에서 성장하는 나

LG전자는 대기업인 만큼 시스템이 잘 짜여 있었다. 직원 간 업무 분장도 확실했다. 사무실에서 나는 홈엔터테인먼트(HE)팀의 TV분야 인턴으로, TV 실적과 목표를 계산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이 일은 거의 모두 엑셀을 사용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엑셀능력은 필수였다. 엑셀을 다루는 기술이 좋으면 좋을수록 일을 효율적이고 빠른 일처리가 가능했다. 반복적인 업무보다 한국 본사나 상사가 요청하는 일을 주로 했다. 

물론 주기적으로 하는 일도 있었다. 매주 유통별 실적과 예상을 분석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리고 매달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유형별, 사이즈별, 가격별, 국가별 시장 점유율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초고화질(UHD) TV의 시장 점유율 분석을 친절한 현지인들 덕분에 차근차근 의사소통을 하면서 러시아어를 잘 배울 수 있었지만 긴장의 연속인 시간이었다. 

인턴생활이 끝나갈 즈음, 러시아에 있는 한국 기업에 이력서를 낸 적이 있다. 

그 업체는 나의 엑셀 능력과 러시아어 실력, 러시아 체류경험 등에 관심을 보였고, 면접 때는 자동차 분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러시아에 장기간 머물 수 있는지, 러시아어 구사 능력과 근성, 책임감 등은 어떤지 등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운이 좋아서 면접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러시아 취업에 도전 

인턴생활부터 입사면접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든 생각은 ‘사회는 교환학생 때처럼 모르는 것을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수동적인 사람보다 능동적인 사람이 사회생활에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사소한 행동 하나, 말투 하나가 정말 중요한 만큼 항상 겸손하면서도 즐겁게,열심히 일하는 게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무리하게 비교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생각은 12기에 이어 해외에 파견될 인턴 분들에게 내가 가장 강조해서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조바심을 갖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과 겸손함을 가졌으면 한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한다며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무역협회(www.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