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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책 속 밑줄긋기

에세이 추천도서] 퇴사하겠습니다.

핵심 한 구절,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놀랄 만큼 똑같았습니다.

우선 다들 하는 말이 “아깝지 않아?”였습니다.

아까워? 대체, 뭐가?


퇴사하겠습니다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는,

1987년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했고, 2016년 1월, 한번 들어가면 좀체 나오지 않는다는 아사히신문사를 자진 퇴사했다. 남편 없고 의지할 자식도 없고 게다가 무직, 그러나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희망에 차 있다.


책 속 밑줄긋기


p9. 우리는 자기 인생에 대해 늘 무언가를 두려워합니다. 약해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치열해야 한다며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고 심각하게 열심히 산 만큼 보답이 돌아오느냐 하면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사실에 우리는 상처받고 불안해하고 노력이 부족하다며 또다시 스스로를 채찍질하지요. 그런가 하면 이런 반복 속에서 인생이 끝나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행복이란, 노력 끝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의외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게 아닐까요?


p106. 조금이라도 넓은 집에 살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해집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집세의 많은 부분이 커다란 가전제품을 끌어안고 사는 데 쓰입니다.

대체 무엇이 필수인지, 무엇이 풍요로운 것인지, 점점 알 수 없어집니다.

어쩌면 ‘없으면 못 사는 것’ 따위,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p106. 현대인은 물건을 손에 넣음으로써 풍요로움을 구하려 합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있으면 편리한 것’들은 ‘없으면 불편한 것’으로 곧장 바뀌곤 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없으면 못 사는 것’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마치 수많은 튜브를 달고 살아가는 중환자 같은 모습입니다.

튜브에 연결되어 있으면 필요한 약 성분과 영양소를 얻을 수 있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침대에 매여 있기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p157. 사람을 속이려면 우선 불안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든다는 건 불안으로 가득한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쩌면 고령자가 사회가 ‘성장’하기 위한 호구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기와 그렇지 않은 ‘정당한’ 장사의 차이가 대체 어디 있을까요?


p162. 회사는 이익을 창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건이 팔리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익을 내려면 방법은 두 가지 뿐입니다.

첫째, 일하는 사람을 싸게 쓰고 버릴 것.

둘째, 고객을 속일 것.

다시 말해 비정규직 사원과 외부 노동력을 아주 싸게 영입하거나, 과잉 협박조 문구와 사기 테크닉을 구사하여 불필요한 것들을 필요한 것처럼 믿게 해 사게 하거나.


p165.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은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모두가 필요한 것들을 손에 넣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 승패를 가르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필요하지 않은 것을 필요하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있으면 편리하다’는, 그것 말입니다. ‘있으면 편리한’ 것들은 의외로 쉽게 ‘없으면 불편한’게 되어버립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에 휘말린 사람들은 점점 물건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경제성장은 우리의 자립이 아니라 의존을 낳아버린 게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은 ‘있으면 편리한’ 것들을 생산하는 일조차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물건을 사려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물건을 팔아야만 합니다. 거기서 펼쳐지는 행위가, 불법과 구분하기 힘든 아슬아슬한 상행위입니다.


p172.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말고 무엇이든 좋으니 좋아하는 일을 찾아봅시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듭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치관이 회사에 의해 좀먹는 비율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시 읽는 모임에서도 존경을 받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인사이동에 총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더라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고방식이 복안적이 되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길 터.


p182. 회사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아 싸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면서 불규칙한 생활을 못 본 척, 정기적으로 수리할 곳을 발견하고는 여기저기 통원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게 평범한 회사원들 생활입니다만, 좀 이상하잖아요? 이것 역시 회사끼리의 상조 시스템이 아닐까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가 사원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담을 주고, 그 결과 이상이 생긴 사원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병을 발견하고, 통원치료로 돈을 지불합니다.... 마치 병자를 만들어 돈이 돌아가게 하는 영구 운동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