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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인도네시아에서 의류회사 관리자로 일하며

스물여덟, 2천 명을 움직이다

장은원 [인도네시아 | 최신물산]

 

 


나는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의류 벤더회사 생산 기획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2천명을 전부 직접 관리하지는 않지만, 공장 내 모든 부서와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했지만 졸업할 때까지 내 전공을 살려서 진로를 정해야 하는지, 혹시 다른 진로는 없는지 고민했다. 무작정 지원한 국내 기업에서 몇 번의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애매한 학점과 부족한 토익 점수 때문에 탈락했다. 이렇게 진로 고민으로 헤매는 와중에 섬유산업연합회와 주요 벤더 6개 기업이 함께 주최하는 <섬유 생산현장 관리자 양성과정 모집>에 지원하였다.

 

할 수 있을 때, 과감히 도전하라

3개월간의 국내 사전 교육이 끝나면 3개월 동안의 해외 인턴 기간을 거쳐, 해외 의류벤더 회사에서 정식으로 업무를 하게 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해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나는 이것이 내 인생에서 꼭 잡아야 하는 기회라 확신했고, 내 의지는 곧 교육 과정 합격이라는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 3개월 국내 교육은 기본 교육이라 임금이 없었다. 하지만 교육 기간에 배우는 지식들이 나중에 내가 할 일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돈을 받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감사했다. 주위에서는 왜 돈도 안 주는 교육을 받아가면서까지 일을 배우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굳이 인도네시아까지 가서 일을 해야 하느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진로에 대한 소신이 뚜렷했기에 그런 말은 귀에 담지 않았다.


25년 가까이 붙어 있던 가족과 떨어져야 하고, 친구들과도 자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회의감도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위해서라면 중요한 순간에 과감해질 필요가 있었다. 인도네시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부모님과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어머니가 흘리신 눈물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 눈물 안에는 대견함과 아쉬움이 함께 공존했으리라. 나는 차마 어머니 앞에서는 눈물을 흘릴 수 없어 꼭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남기고 인도네시아 해외 법인에서 나의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상사들에게 혼도 많이 나고 마음고생도 할 만큼 하고 난 뒤였다. 시곗바늘 소리조차 낯설어질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예전에 나를 항상 혼내던 상사들과 업무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고, 처음 인니어로 말 걸기가 두려웠던 현지 직원들과도 자연스레 업무 소통을 하고 있었다. 때로는 힘들고 고된 상황이 오더라도, 일은 맛있게 해야 한다는 공장장님의 조언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일을 더 빨리 습득하고, 나를 더 성장할 수 있게 된 디딤돌이 되었던 것 같다. “맛있게 일하라”는 말은 내가 일하면서,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는 경구다.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해외 현장은 진정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길이 열려 있지만, 아니다 싶은 직원에 대해서는 그 어느 곳보다 냉정하다. 자신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주인 의식을 갖고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직원이 되고자 그날 못 다한 업무는 숙소에 가서라도 끝내고, 다음 날 회의 때 실수하지 않기 위해 현황을 세세하게 들여다본 후 정리하고서야 잠이 들었다. 해외 현장에서는 일하는 능력 못지않게 직원들과의 화합력도 중요하다. 의류 벤더 기업에는 부자재, 재단, 봉제, 완성 네 개의 부서가 하나의 팀처럼 조화를 이뤄야 생산성이 좋아지기에, 그 조화를 깨뜨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조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모든 부서와 소통하고,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각 부서장과 현지 직원들이 언제든지 전달할 수 있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나의 직속상관은 공장장이며, 공장장이 들여다 볼 수 없는 작은 부분은 내가 잘 챙겨서 보고 드리고 있다. 직속상관은 나에게 기업의 오너보다도 높은 사람이기에 업무적인 면에서 직속상관에게 탄탄한 뒷받침이 되어 주어야 한다. 해외 현장에서는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있고, 자신이 하는 업무는 다른 부서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순조로워야 현장이 돌아간다.

나는 항상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음 주를 위한 준비와 정리를 한다. 내가 하나를 놓치면 그것은 곧 공장의 손실이 되기에, 주말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투자하는 게 결국 모든 면에서 이익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해외에 나가 일을 하고자 한다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되지 말고,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취업하는 것은 전쟁터처럼 경쟁이 심하고, 스펙 또한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나는 크게 내로라하는 스펙도 없고, 그저 자신 있는 것이라곤 포기하지 않는 근성 하나지만 나 자신을 믿고 경력을 쌓기 위해 해외로 나와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스펙이 조금 부족해도 해외에서는 충분히 일할 기회가 있으므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해외 취업의 길을 권한다. 자신의 미래를 멀리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지혜로운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출처: 월드잡 (www.worldjo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