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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인도네시아에서 일하기 | 한국드라마를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니 씨아빠? (이 사람이 누구예요?)

김유경 [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 미디어 그룹]

 

 


이니 씨아빠? 이 사람이 누구예요? 

미니 마트에 들러 물건을 사려고 돈을 건네니, 대뜸 사진 한 장을 보여주는 마트 직원. 내가 바이올린을 들고 있어서 그랬나, 여주인공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사진이었다. 

그 직원은 민망한 듯 나를 쳐다보며 이 사람이 정말 예쁘고 참한데 이름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종이에 여주인공의 실명을 써 주고, 발음을 알려 주었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뜨리마까시 바냑야” 너무 감사해요.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아차리고 물어본 것도 신기했지만, 나 역시 이제는 이런 질문이 번거롭지 않고 즐겁기까지 하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배우고 있다

쇼핑몰에선 한국 노래가 나오고, 티브이를 켜면 아이돌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공중파 방송국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즐겨 나오며, 대형 쇼핑몰에서 현지인들이 떡볶이와 김밥을 사먹는 건 낯선 광경이 아니다. 이런 대단한 변화를 나는 매일매일 이 먼 외국 땅에서 보고 느끼고 있다.

나는 한국의 많은 것을 인도네시아에 팔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하는 한국에서 온 청년이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한국의 성공 사례들을 알려주며 벤치마킹을 시도한다. 한국에서 성공했던 여러 상품들이 발굴되어 오면 가장 한국적인 방법으로 개념화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내놓는다.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한국 뉴스를 보며 트렌드를 읽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화장품, 먹을거리,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있으면 인도네시아에 접목시킬 만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바로 기획 팀원들과 상의한다. 이상하리만치 가장 한국적인 것들이 잘 먹힌다. 물론 현지화하는 것이 우리 팀원들의 몫이다. 가장 최근의 쇼 프로그램 모니터링부터 요즘 유행하는 패션스타일, 하다못해 텀블러까지 모든 것이 우리 팀원들에겐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팀원들은 한국을 주목한다. 많은 것들을 물어본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잘 알아야 한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한국 드라마 채널 기획도 나의 일이다. 

한국의 공중파 방송국들과 계약하고 적절한 가격에 콘텐츠를 공급한다. 인도네시아의 일반적인 해외 콘텐츠 방영은 더빙이 기본이었다. 읽기를 귀찮아하는 시청자들의 성향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렇지만 나는 원래의 소리를 전달해야 한국적인 것들이 더 잘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막 방송은 무척이나 과감한 시도였다. 

3개월 만에 방송 번역 자막 팀을 구성하여 인도네시아 자막을 입히고 예고편 트레일러를 준비하여 시험 방송을 시작했다. 과연 번거로운 자막 방송을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이 좋아할 것인가? 인도네시아 최초 한국 드라마 24시간 방송 채널은 성공할 것인가? 기대 반 초조 반으로 3개월가량이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자들이 직접 만든 웹 페이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새 두꺼운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매일 새로운 시청자 평이 쏟아지고 있었다. 보고 싶은 드라마를 틀어 달라는 원성도 자자했다. 론칭 준비를 위해 며칠 밤을 새우던 그간의 고생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얼마 후 24시간 한국 영화 채널을 기획해 론칭했다. 새로운 영화가 나간 후 웹 페이지에 영화에 대한 호평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도 스튜디오에 불이 켜진다. 작가는 한 주간 K-Pop 차트의 순서를 정리하고, 프로듀서는 새로 차트에 오른 가수의 앨범과 음악 성향을 어떻게 보여줄 건지 고민하고 있다. 호스트는 이번 주 차트 순위의 K-Pop 가수들의 이름을 외우고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연습 중이다. 이들은 나보다 더 많은 한국 가수와 노래를 알고 있다. 나는 이 팀들과 함께 한국을 새로이 배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Made in Korea가 가장 호소력 있는 상품으로 변한 지 오래다. 나는 ‘한국에서 움직이면, 세계가 움직인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도 변화의 종이 울렸다.’라는 콘셉트로 한국 상품을 내놓고 있다. 2억 2천만의 인도네시아 시청자가 한국인인 내가 만들고 기획한 방송을 보게 된다. 그래서 상품이 성공될 때마다 나는 더 흥분된다. 아,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상을 흔들 수 있구나! 현지인들이 한국을 배우게 된다. 아니 숫제 알려 달라고 조른다. 팀원들은 회식을 하면 꼭 불고기나 갈비로 해 달라며 배시시 웃는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곳은 인도네시아 전국에 약 7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미디어 그룹이다. 콘텐츠 사업, 홈쇼핑 사업 그리고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 개발로 구성된 이 역동적인 곳에서는 오늘도 한국이라는 아이템으로 인도네시아 땅에 새로운 유통의 역사를 쓰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의 새로운 사업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어 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 새로운 역사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직장 생활에 힘들어 부대끼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후배들은 묻는다. 해외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두 나라 사이에서 샌드위치 속 소스처럼 양면에 딱 붙어 일하다 보면 남들이 모르는 땀과 눈물로 새로운 맛을 만들게 되는데, 그 맛은 정말 환상이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슬그머니 웃으며 속으로 대답한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항상 내가 넘어야 하는 눈물이 되고, 한국에서 배우고 경험한 노하우를 이 땅에서 풀어 나가야 하는 것은 매일 땀이 되어 흐른다. 게다가 언제나처럼 마음 한구석은 내 조국, 내 고향 대한민국을 향한 그리움과 향수로 덮여 있다.


그래도 주저할 수 없다. 내 도전은 새롭게 창조되고 기록될 무언가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 열광한다. 그의 영어 실력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 말한다. 현지인처럼 매끄럽게 발음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의 생각과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해외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를 울릴 수 있다고, 가장 나다울 때 내가 돋보이고 빛을 발휘할 수 있다고. 이제는 자기 자신을 믿고 우리의 것, 대한민국을 믿고 세상에 나아가 보는 건 어떻겠냐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 쓰고 있던 편견과 두려움의 안경을 벗어 내려놓고 나아가 보자. 세상은 정복하려 하는 자들의 땅이 될 테니까.


*출처: 월드잡 (www.worldjo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