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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이너라는 직업 들어보셨나요?

창호재, 바닥재, 벽지 등 국내 최대 규모의 건축장식자재 기업으로 알려진 LG하우시스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자동차소재부품 사업’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LG하우시스는 다양한 자동차 내·외장재를 제작해 국내와 해외 완성차 회사에 납품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 부품이다 보니 그 개발 과정은 생각보다 매우 험난하다고 하는데요. LG하우시스에서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을 담당하는 권창 과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LG하우시스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PJT 권창 과장님이 기자의 인터뷰에 대답을 하고 있다.

LG하우시스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PJT 권창 과장

움직이는 공간을 만든다,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

LG하우시스는 시트, 대시보드 등에 사용되는 자동차 원단부터 도어트림, 범퍼, 엔지 부품 등의 내·외장재를 개발·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앉는 자동차 시트나, 자동차에 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대시보드 등이 모두 해당되죠.

LG하우시스의 제품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특히 자동차 원단의 경우 좋은 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해, 시장 점유율 기준 ‘글로벌 Top 3’ 수준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시트 원단에서부터 대시보드, 도어 트림까지. 차량 실내 분위기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

시트 원단에서부터 대시보드, 도어 트림까지. 자동차 내장 부품은 차량 실내 분위기 전체를 좌우한다. (출처: www.lghausys.com)

2016년 독일 iF 디자인상 수상으로 우수성을 인정 받은 LG하우시스의 '디스플레이 스킨'의 사진이다.

2016년 독일 iF 디자인상 수상으로 우수성을 인정 받은 LG하우시스의 ‘디스플레이 스킨’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제가 속한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PJT’에는 8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근무하고 있어요. 각자 담당하는 분야는 조금씩 다른데, 저는 리얼 우드(원목에 코팅을 한 자재)와 시트 원단의 디자인을 맡고 있어요. 자동차의 시트 커버나 도어 트림에 사용되는 자재들이죠. 완성차를 만드는 고객사가 저희 제품을 선택하도록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선택이 결정된 후에는 최종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임집니다.

Q. 고객사에 제품을 소개하는 ‘영업적 부분’까지 같이 담당하시는 건가요?

고객사 디자이너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선택을 받는 것이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디자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거든요. 고객사가 원하는 부분도 잘 캐치할 수 있고요.

사무실 안에서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의 모습을 떠올렸다면 조금 의외일 수는 있죠. 저희는 사무실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일주일에 절반은 외근을 하는 편이죠.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이너답게 대부분의 시간을 자동차 안에서 보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웃음) 이동 시간이 굉장히 길거든요.

디자이너라고 해서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고객사에 소개하고, 설득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 중 하나다. 라고 설명하고 계시는 과장님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고객사에 소개하고, 설득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 중 하나다.

Q. 전체적인 업무의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자동차는 보통 출시 3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돼요. 완성차를 제작하는 기업에서는 차에 들어가는 내장재와 부품 공급 업체를 신제품 출시 1년 전까지 결정해야 하죠. 공급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저희는 다양한 샘플 제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선보이는 작업을 해요. 여러 업체가 디자인 경쟁이 붙으면 품평을 진행합니다. 1년 동안 3~4회 정도 진행되는데 품평을 통해 고객사는 원하는 방향성, 수정사항 등을 제시하죠. 그럼 다음 품평이 열리기 전 3개월 동안 고객의 수정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새로운 샘플을 만들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이 되면 디자인팀의 미션은 완료돼요. 다음은 기술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생산 준비 단계죠. 1년간의 생산 준비 단계에서는 수십여 가지의 테스트가 진행되는데, 하나의 테스트마다 많게는 수백 시간 이상 소요됩니다. 때문에 1년이라는 시간도 굉장히 빠듯하답니다.

Q.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업무는 어렵지 않으세요?

모든 업무의 핵심은 고객사의 요청사항을 잘 맞추는 것이에요. 물론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때문에 원하는 방향을 빨리 캐치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런 부분이 좀 고될 수 있지만, 그만큼 프로젝트가 완료됐을 때 오는 보람은 더욱 커요. 제가 디자인한 시트가 2018년 1월에 출시 예정인 해외향 차종에 적용되기로 얼마 전에 최종 결정됐는데,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직접 책임지고 디자인한 제품이 출시될 차종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

자동차소재부품을 만지며 인터뷰를 하고있다.

자동차소재부품은 심미성뿐 아니라 안전성과 기능성, 양산성 모두를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

Q. 다른 디자인 분야와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자동차 내장재는 심미적인 부분보다 안전성, 기능성이 더욱 중요해요. 예를 들어 자동차 시트의 경우,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앉는 곳이니 튼튼하고 편안한 게 제일이잖아요. 예쁘게 만들려고 원단을 가공했는데 그것이 금방 찢어지거나 닳는다면 절대 안 되죠. 양산성도 고려해야 해요.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공정이 복잡해 하루에 몇 개 밖에 생산을 못한다면 제품으로써 가치가 없죠.

다른 디자인 분야에 비해 트렌드에는 덜 민감한 편이에요. 자동차 산업 자체가 너무 파격적인 것이나 기존에 없던 것을 선호하는 특성은 아니거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디자인 분야에 비해 제약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거기서 오는 재미도 있어요. 정해진 범위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해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벽지 디자인을 하며 생긴 ‘인테리어’ 취미로부터 영감을 얻다

권창 과장은 대학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보통 전공에 맞춰 취업을 한다면 전자제품 디자인으로 진로를 잡는 것이 맞지만 그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길 원했습니다. 고민 끝에 좀 더 소비자와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LG하우시스로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벽지 디자인부터 시작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어떻게 입사하시게 되었나요?

제가 입사한 2009년에는 LG하우시스가 LG화학과 같은 회사였어요.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부문이 LG하우시스로 분사돼 독립하며 저도 LG하우시스 소속이 됐죠. 워낙 LG트윈스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에 LG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거든요. LG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취업까지 연결된 것 같아요.

입사 후 처음 맡은 일은 벽지 디자인이었어요. 신입사원은 다양한 사업부를 돌며 여러 가지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흰 종이를 멋진 벽지로 바꾸는 작업이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그렇게 벽지 디자인 부서에 지원했고, 5년 정도 근무했죠. 특히 벽지의 경우는 내가 디자인한 제품이 바로 시장에 론칭돼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제가 만든 제품이 잘 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굉장히 뿌듯했죠.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수십 번의 공정과 테스트가 이뤄집니다.” LG하우시스의 리얼우드 제품을 설명하는 권창 과장

“제품 하나도 수십 번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져요.”

Q.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을 시작하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2014년 자동차소재부품디자인 부서로 자리를 옮겼어요. 5년 정도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일에 대한 갈증이 생기던 때였죠. 마침 자동차소재부품팀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전혀 모르는 분야였지만,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해서 도전해보기로 했죠.

Q. 벽지 디자인 경험이 현재 업무에도 도움이 되시나요?

벽지 디자인을 할 때 처음에 시행착오가 굉장히 많았어요. 분명 머릿속으로 구상했을 때는 예쁠 것 같은데, 실제 결과물로 나온 것을 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죠.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현실적인 결과물을 그려볼 수 있게 됐어요.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고요. 또 벽지 디자인을 하며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인테리어 소재나 소품에서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인의 영감을 얻기도 해요.

디자이너의 필수 덕목,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장인정신’

권창 과장은 그만의 디자인 철학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직 답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좀 더 경험이 쌓여 능숙한 프로가 된다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요.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금방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자이너에게는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장인정신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모습에서 이미 프로다운 모습(!)이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손을 들어 기자를 보며 설명하는 권창 과장

“디자이너에게는 현재 내 위치와 다음 단계를 볼 수 있는 큰 관점의 시야가 필요해요”

Q. 자동차소재부품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책임감이에요. 하나의 소재부품이 완성되기까지 20~30가지 공정을 거치는데, 어느 하나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게 없어요. 하나의 공정이 끝나면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잘못된 부분은 일정에 맞춰 다시 수정해야 하고요. ‘내 일이다’라는 주인의식, 장인정신이 없이 일하면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가 없죠. 고객사, 개발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고요. 물론 머릿속에 있는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는 디자인 감각은 기본이죠.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입사한 신입들이 야근을 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힘들겠지만 신입사원이니 조금 더 욕심 내서 일을 배우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후배들이라면 꼼꼼히 일정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라요. 특히 일정을 챙길 때는 단계별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현재 내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좀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출처: LG blog (www.lgblo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