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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일본인턴생활기 | 일본 주부들에게 다시다를 팔다(?) | CJ재팬인턴수기


* 무역협회 (www.kita.net)의 글로벌 무역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교육, 취업 후 작성한 글입니다 ^^


야외 홍보행사에 참가하라

일본에서의 인턴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져가던 12월 어느 날. 부장님이 갑자기 나를 부르시더니 행사 지원을 지시하셨다. ‘주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이 행사는 일본 주부들에게 CJ 제품 샘플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CJ를 모르는 주부들에게는 회사를 알리고, CJ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주부들은 그들의 반응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파악하려는 의도로 마련됐다.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르며

9시 정시에 맞춰 행사가 시작되자 일본 주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날 오전에는 유동 고객을 유인하고 대기인원을 정리하는 일을 맡아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고객들을 우리 부스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행사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너도나도 자기 부스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에 여념이 없는 터라 몸만 바빠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턴의 패기와 경쟁적 상황에 맞춰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질러가며 일본 주부들을 맞아들였다.

나의 ‘다이내믹한 행동’과 ‘우레 같은 목소리’에 반했는지, 주부들이 하나둘 우리 부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의외로 CJ를, 아니 ‘다시다’를 알고 있었다. CJ를 모르더라도 “여기 다시다가 있습니다!”라는 내 멘트를 들으면 서둘러 줄을 섰다. 이 광경을 통해 제품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나보다 ‘다시다’의 매력에 끌린 일본 주부들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용감한 일본 주부들

‘주부 페스티벌’ 행사를 통해 재미있는 사실도 알았다.(여기서 ‘재미있었다’는 말은 나중에 당시를 떠올려 보니 그렇다는 얘기다. 솔직히 당시에는 조금 힘들었다.)


행사 당시 나는 샘플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일본 주부들에게 질서에 협조 해줄 것을 당부하는 일을 맡았는데, 한두 번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네 번이나 와서 샘플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에다 샘플을 나눠주는 대로 받아가지 않고 허락 없이 더 챙겨가거나 재고가 일찍 떨어지자 화부터 내는 주부들도 있었다. 평소에는 너무나 예절 바르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인이지만, 이날만큼은 ‘역시 주부님들은 어느 나라나 용감무쌍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부스를 정리했다. 그때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직원들이 “오늘은 동찬 군 덕분에 일찍 끝날 수 있었다”면서 “저녁 같이 먹고 가자”고 권하셨다. 직원들은 식사를 하면서 행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다음 행사 때는 좀 더 잘 할 수 있는 방안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파이팅을 다졌다.

이 행사를 통해 CJ ‘다시다’의 엄청난 인지도를 알 수 있었고, 영업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물론오랜만에 사무실을 벗어난 것도 신선한 자극이었다.


일본도 외국은 외국

기간은 짧지만 질은 최고였던 약 4주간의 국내교육 시간을 거쳐 나의 파견지로 일본이 결정됐다. 일본은 섬세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나라인만큼 국내교육 때는 비즈니스 매너와 경어가 포함된 일본어에 다시 한 번 집중했다. 여기에다 회사에서 일하는 만큼 일본식 명함 교환방법, 전화 거절하는 방법을 포함한 올바른 전화예절 등을 두루 익혔다. 이때 2명씩 짝을 지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시뮬레이션을 했던 게 머릿속에 많이 남아 실무에서도 자연스럽게 행동과 말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일본은 여행이나 공부를 위해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2개월까지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갈 때마다 항상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었기에 좋은 기억만 남았고, 따라서 일본에서의 반년은 즐거움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인턴으로서 ‘직장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이런 희망은 하나둘 사라졌다. 평일에는 상당한 양의 업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집도 혼자 구하는 것은 물론 관리까지 해야 했다. 물가는 원래 비싼 데 반해 체제비는 썩 넉넉하지 않았다. 만원 전철, 한국에의 향수 등 극복하거나 잠시 잊어야 할 다른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우려했던 슈퍼마켓의 물가는 오히려 한국보다 싸 무척 기뻤다.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연수생들은 돈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I am Spy

2014년 9월 16일, CJ재팬의 사업기획팀 근무가 시작됐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CJ재팬의 사업기획팀은 일종의 ‘스파이팀’이다. 일본에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것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일본에서 유행하거나 대중적인 가공식품을 한국에 제안하거나, 반대로 한국 CJ의 여러 부서에서 일본 식품회사와의 기술제휴 및 식품에 관한 자료, 식품 샘플 등을 원하면 이를 빠르게 처리해준다.

나는 사업기획팀 직원들의 일을 도왔는데, 번역과 샘플 업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번역 업무는 식품 전문용어로 만들어진 자료부터 법적인 용어가 들어간 기술제휴 계약서까지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식품공정과정에 관한 번역은 용어가 너무 어려워 일본어 공부뿐만 아니라 한국어 공부에도 도움이 됐을 정도였다.


샘플 업무는 한국 CJ의 여러 부서에서 의뢰받은 샘플을 일본에서 구입해 본사와 연구소로 보내거나 푸딩의 원료가 되는 크림을 쁘띠첼팀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10kg 이상의 샘플을 들고 나르는 일이 꽤 많아 약간의 근력이 필요했다.

이밖에 한 달에 한 번씩 일본의 가공식품을 본사에 소개하는 식품 정보지 작성 업무가 있었고, 시장조사 업무도 적지 않았다. 일본의 햄버거, 롤케이크, 두유 등 다양한 아이템을 조사하면서 일본의 가공식품 시장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왜 사업기획팀이 일본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 꺼려하는지 시장을 조사해보면 금세 답이 나왔다.


프레젠테이션과 막을 내린 인턴생활

인턴생활 4개월째. 사업기획팀의 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 분이 담당했던 업무 중 일부분을 내가 맡게 됐다. 샘플을 사서 발송만 하던 샘플 업무에 의뢰받은 샘플 스케줄 관리, 샘플비 및 영수증 관리, 표 작성과 결산까지 더해졌다. 마치 경리가 된 기분이었다. 2014년 1월 한 달 동안 샘플과 관련해 오고 간 금액이 1100만 원 정도였는데, 평균적으로 ‘샘플+배송비’가 2만~5만 원이므로 내가 어느 정도의 샘플을 다뤘는지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CJ재팬에서의 인턴생활 마지막 날에는 특별 과제로 사업제안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일본 식품 시장의 트렌드를 벤치마킹해 한국 본사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내 주제는 ‘간식의 진화’였다.

아이디어는 한 식품 전시회에서 얻었다. 전해질과 비타민, 수분이 풍부하면서도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건강을 생각한 두유 베이스의 젤리, 죽을 푸딩처럼 만든 죽푸딩 등이 간식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일본의 이런 트렌드를 벤치마킹해 ‘한국의 중장년을 타깃으로 하되, 청년층도 커버할 수 있는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라는 내용으로 발표를 준비했는데, 단호박, 밤, 팥, 고구마 등을 소재로 푸딩을 모델로 한 것이었다. 이런 발표를 준비한 데는 팀에서 시식했던 밤푸딩에 대해 중장년 팀원은 물론 젊은 층까지 좋은 반응을 보였고, 최근 한국에서 CJ ‘쁘띠첼’의 ‘허니블로섬푸딩’이 크게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본사 쁘띠첼팀으로부터 자료나 조언 등 많은 도움을 받아 무사히 프레젠테이션을 끝내는 동시에 짧았지만 유익했던 나의 인턴생활도 종료됐다.


국어시험이 어려운 일본기업의 필기시험

일본에서 취직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이 우리나라와 조금은 다르기 때문에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중 채용시험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서류심사에서 통과하더라도 취업으로 연결되기 힘들기 때문에 설명하고자 한다.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100%까지는 아니지만,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채용의 최소단계로서 다양한 종류의 필기 테스트를 실시한다. 먼저 인터넷으로 치르는 웹 테스트가 있고, 사내에서 지원자들이 모두 모여 치르는 SPI 테스트, 소논문 테스트, 기본 인성 및 적성검사, GAB 테스트 등이 있다.


대표적인 시험 내용은 국어, 수학이다. 수학은 공부를 했던 준비생이라면 감당할 수 있지만, 국어 시험은 일본인들조차도 어려워한다고 하니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다음은 일본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사이트다.

●무역협회 도쿄지부(http://jobjapan.kita.net) = 주로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채용정보가 올라오며,정규직 이외에 계약직, 아르바이트 정보도 있다.

●글로벌터치코리아(www.global-touch.co.kr) = 일본 현지 취업과 관련된 헤드헌터 회사다. 다양한 일본 기업들의 채용공고 및 박람회, 세미나 정보를 볼 수 있다.

●Top Career International(www.topcareer.jp) =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헤드헌팅 전문회사다.

이밖에 ‘마이나비(http://job.mynavi.jp)’, ‘리쿠나비(www.rikunabi.com)’, ‘닛케이나비(http://job.nikkei.co.jp)’가 있는데, 이들 사이트는 회원 등록을 통해 일본 기업의 채용정보를 볼 수 있다.


취업 정보를 얻는 곳과 함께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자료를 찾아보곤 하던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통계청(www.stat.go.jp) = 일본의 다양한 통계자료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식품신문(www.shokuhin.net) = 일본의 대표적인 식품신문사의 홈페이지다. 식품 시장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 쉽다. 회원으로 가입해야 구독이 가능하다.

●식품정보(http://mognavi.jp) = 식품의 가격, 용량, 발매일 등의 정보와소비자들의 의견을 볼 수 있다.


약 6개월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실제 회사 업무가 무엇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일류 회사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과 향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직무를 정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인턴생활의 마지막 과제인 사업기획 발표를 준비하며 내가 사업기획 쪽에 관심이 있고,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잔소리 같지만 일본으로 가는 다음 연수생에게는 두 가지를말해주고 싶다.


우선 자신이 가는 나라, 기업, 직종, 직무 등에 따라 국내교육에서 특정분야에 집중했으면 한다. 국내교육의 모든 과목의 질은 최상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기간이 짧은 단점이 있다. 따라서 파견국가, 기업, 직종, 직무 등이 결정되면 인터넷이나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국내교육 기간 중 어떤 과목에 특히 집중해야 할지를 정하고 거기에 몰입해야 현지 실무에 더욱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자문자답하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다. ‘글무’ 프로그램에 드는 시간은 반 년이 넘는다. 금쪽같은 시간인 만큼 인턴십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진지하게 자문자답하는 시간을 꼭 가질 것을 당부한다.


출처: 무역협회 (www.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