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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미국인턴생활기 | 눈 뜨고 코 베이며 배운 것들

* 무역협회 (www.kita.net)의 글로벌 무역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교육, 취업 후 작성한 글입니다 ^^



미국에서의 인턴 생활은 ‘눈 뜨고 코 베이며’ 시작되었다. 

뉴저지로 인턴 근무지가 결정 나자 곧장 거주할 집부터 구하기로 했다. 가능한 많은 것들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출국 후 바로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더 조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마침 같은 지역으로 배정 받은 친구가 있어 그와 함께 서울에서 한인 사이트인 ‘헤이코리안(heykorean.com)’을 통해 맞춤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사진으로 숙소를 확인한 후 한국에서 보증금을 송금했다. 그래서 무사히 숙소 계약이 끝난 줄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숙소는 가서 직접 보고 결정했어야 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기대와 참 많이도 다른 환경에 당황해야 했다. 현관문도 없고 보일러도 잘 돌지 않는 곳에서 며칠 동안 머물러야 했다. 

다시 이사를 가게 되면 보증금을 포기해야 했다. 다행히 주변의 도움으로 며칠 더 머무르는 대신 보증금을 돌려받고 이사를 갈 수 있었지만, 이미 눈 뜨고 코 베인 후였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미국에 도착한 후 첫 쇼핑을 했는데 개별 상품별로 가격이 붙어있지 않고 물건이 뒤죽박죽 배열되어 있어 가격을 확인하지 못했다. 또 계산 후 영수증 확인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맞겠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천천히 확인해 보니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결제됐다. 

미국의 경우 환불 및 교환이 자유로워서 해결했지만 두 번의 수고를 해야 했다. 이후 물건 값과 실제 가격 택(tag)이 맞는지, 계산은 제대로 되었는지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최선을 다한 LG화학 뉴저지지사에서의 인턴 생활

눈 뜨고 코 베이면서 시작된 뉴저지 생활이었지만, LG화학 뉴저지지사(LG CAI)에서의 인턴 근무는 어수룩하지 않았다. 퍼펙트 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나름 최선을 다했고 성과도 있었으며 공부도 많이 했다.

인턴으로 수행한 업무는 크게 회계와 마케팅으로 나누어진다. LG화학 뉴저지지사는 인턴 매뉴얼이 구비되어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회계부분은 자금수지표(Daily Cash Flow) 작성업무가 있다. 일일업무로 자금이 들어오고 나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자금수지표를 작성하는 것이 이 업무의 핵심이다. 이 작업을 하다보면 회사 내 순수 자금이 얼마나 있는지, 자금흐름은 어떻게 되는지, 나아가 최근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은 계정명세서 작성. 회계 장부상 계정을 다달이 마감하기 전, 정리해야 할 사항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각 계정을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에게 정리를 부탁드리고 정리할 수 없는 계정은 사유 및 날짜를 적어 리포트를 완성하여 보고 드리면 된다.

마케팅 관련 업무로는 신용조사 신청 및 보험 부보 업무가 있다. 

다른 기업들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이 믿을 만한 회사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단 그 회사의 신용등급을 알아야 한다. 


LG화학 뉴저지지사에서는 K-SURE(한국무역보험공사)를 이용하는데, 잠재 고객이 생길 때마다 신용조사 신청을 해야 한다. 또 거래하고 있는 고객도 등급별로 가보험 액수가 다른데, 등급별로 적당한 보험 금액을 신청해야 한다.

(이를 ‘부보’ 혹은 ‘수보’라고 부른다.) 


경제동향보고서 작성도 중요한 업무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해외지사의 특성상 본사와는 규모 및 목표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 시장조사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격주로 본사에 미주 경제동향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경제 이슈, 고객 및 경쟁사 동향, 지역내 이슈로 구분하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내가 맡은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일이면서도 경제 공부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업무였다. 현지 경제와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론을 벗어난 실제 현장에서 기업들은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출근 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인턴 근무 중 미국 관세청 감사에 대한 보조 업무도 했는데 이 때 상품 및 계약 조건에 따라 여러 요소들이 변동되는 것을 보면서 어려워 보이지만 매력있는 직무라고 느끼기도 했다.


졸업생이 아니어서 현지 취업에 한계

글로벌무역인턴십은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무역에 대해 온몸으로 공부하고 체험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해외취업에 대한 기회도 제공한다. 해외인턴십 자체가 해외취업을 위해 경험을 쌓게 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또 현지에 근무하면서 해외취업의 길을 알아볼 수 있게도 해 준다.


나의 경우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무역인턴십에참가했다. 그래서 J-1 비자로 온 나는 H-1 비자 전환을 위한 노력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미국에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H-1 비자를 취득해야 한다) 

최근 실업률을 낮추려는 미국의 정부의 입장 때문에 J-1에서 H-1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또한 고용회사 및 신청자가 작성해야 할 서류들이 많기 때문에 현지 취업 준비 전 자세히 알아보는 게 좋다.

비록 미국에서 취업을 하기는 어려웠으나 관련하여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의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참고할만한 웹사이트를 소개한다.

- KITA 미국 취업 : jobus.kita.net

- 잡코리아USA : www.jobkoreausa.com

- USA Jobs : www.usajobs.gov

- JobsForeigners : jobsforeigners.com


돌이켜보면 나에게 글로벌무역인턴십 참가 성과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량적인 것이 아니었다. ‘인턴’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많았지만 반대로 ‘인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다. 한 사업부에 국한되어 있지 않아서 다양한 일들을 체험해 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나에게 맞는 직무가 어떤 것인지, 살면서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나아가 길을 헤매고 있던 내가 진정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고민하게 되었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어떠한 자세로 일을 해야 하는지도 배우게 되었다.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대화를 할 때에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 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3가지

뒤에 글로벌무역인턴십에 참가할 후배에게 3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먼저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글로벌무역인턴십은 어학연수 과정도 아니고, 워킹홀리데이 과정도 아닌 ‘인턴십’ 과정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이문화 체험은 가능하겠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삼기 보다는 실제 신입사원으로 ‘일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좋을 것 같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뿐 아니라 기업문화까지 존중해야 하며 기대와는 다른 분위기라고 하여 포기하지 말고 잘 적응하시기 바란다.


다음으로 매사에 꼼꼼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의 경우 인턴으로 지내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이 ‘꼼꼼’이다. 복사 및 스캔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해서 불만스러워 하지 말고 잘린 부분은 없는지, 거꾸로 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실제 근무하는 회사에 취업을 원한다면 더욱 더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6개월은 너무 짧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 인복이 많아선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해서 계속해서 미뤘던 일들은 결국 끝까지 할 수 없었다. 6개월이 길다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무역협회 (www.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