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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해외인턴생활기 | 싱가포르, 베트남 호치민에서 일하기!


* 무역협회 (www.kita.net)의 글로벌 무역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교육, 취업 후 작성한 글입니다 ^^


두 나라를 경험하는 행운

나는 유럽에서 교환학생 시절을 보냈던 터라 항상 해외로 나가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생 때 먹었던 마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라났다. 하지만 경력도 연고도 없는 학생 신분으로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기회도 많지 않을뿐더러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 그때 마침 접한 게 ‘글로벌 무역인턴십’ 모집공고였다.

 

‘글무’가 내게 가져다 준 행운은 조금 특별한 것이었다. 2014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로 돼 있는 파견기간 중 싱가포르와 베트남 두 나라에서 근무했으니 말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한 곳은 디지로그텍이라는 기업이었고, 또 다른 근무처는 무역협회 호치민 지부라는 기관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기업과 기관 두 곳에서 잇달아 일하게 되면서 두 조직의 차이점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와 호치민이라는,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의 거주경험은 내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비자 없는 싱가포르

나의 ‘1차’ 근무지는 싱가포르였다. 디지로그텍은 반도체와 관련 원자재를 취급하는 작은 상사로, 한국 중견기업의 반도체 관련 용품을 현지에 판매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위해 비자부터 알아봤는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곳이라 따로 준비할 만한 게 없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몇몇 동기들은 비자문제 때문에 고생했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출국 전부터 큰 짐을 던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싱가포르를 마냥 우습게(?) 볼 것만도 아닌 거 같다. 입국심사가 워낙 까다로워서 심사대에서 받게 되는 민감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설령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갔더라도, 막상 질문이 던져지면 원하는 답을 할 수 없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므로 당황하지 말 일이다.

 

작은 회사에서 큰일을

디지로그텍 사무실이 도시철도(MRT)인 레드힐 역에서 가까워 다니기에 편했다.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은 소규모의 싱가포르 회사들이 입주해 있는 빌딩으로, 주변도 조용한 편이었다. 직원은 사장님을 제외하고 나까지 모두 3명이었다. 현지 직원 두 분이 친절하게 대해줘 초기에 적응하는 데 많은 힘이 됐다. 직원들 간에도 수평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어서 근무 분위기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회사에서 내 업무는 전시회 진행, 중소기업 마케팅, 바이어 발굴이었다. 이 가운데 전시회 업무는 한국의 주최단체와 역시 한국의 이벤트 협력회사 그리고 현지의 전시회 총괄업체와 함께 진행했다. 디지로그텍이 수주를 받아 현지 주최사 역할을 할 때가 많았는데, 전시회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모두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말은 전반적인 업무를 혼자 해야 하므로 업무량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마케팅은 중소기업진흥공단 같은 한국의 지원기관과 협력해 수행한 싱가포르 현지 마케팅 업무를 말한다. 

수주를 위해 실제 업무 계획서를 쓰는 것은 물론, 마케팅 실행에서 바이어 발굴까지 두루 경험해볼 수 있었다. 수주를 많이 할수록 회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보람이 컸던 업무였다. 


바이어 발굴은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을 대상으로 미팅날짜를 잡고 현지 기업을 방문하기도 하며 전화상담도 했다. 비록 내 신분은 인턴이었지만, 마치 정직원처럼 회사 입장에서 열심히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베트남 호치민으로...

2014년 9월 14일부터 시작한 싱가포르에서의 인턴생활에 갑작스레 변화가 생겼다. 그 해가 가기 전인 12월 15일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44일간 한국무역협회 호치민 지부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호치민에서 있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2015년부터 베트남의 비자 발급 관련법이 바뀌었다. 따라서 다음 연수생들은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비자 발급과정에서도 일부 편법이작용하거나 실무적으로 허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무역협회 호치민 지부에서 인턴이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았다. 무역협회 다른 해외지부와는 다른 이런 사정은 베트남의 인건비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현지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경제·통상정보 관련 번역 지원, 경제 브리핑 및 비즈니스 정보 정리, 지부 관련 사이트 관리 등의 업무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싱가포르에 이어 호치민에서 인턴생활을 해서 그런지, 두 지역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이 눈에 들어왔다. 두 곳의 서로 다른 생활방식에 나는 한편으로는 놀라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생소해 했는데, 전체적으로는 유익한 문화체험의 시간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의 생활

점심은 보통 같은 건물의 맨 위층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서 먹기도 하고, 현지 직원의 차를 얻어 타고 나가 호커센터(Hawker Centre)에서 저렴하게 해결하기도 했다. 호커센터는 싱가포르 고유의 요리부터 중국, 홍콩, 인도, 말레이시아 요리는 물론, 아랍 요리까지 있었는데, 이곳을 통해서도 싱가포르가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민족, 다문화 도시국가임을 알 수

있었다.

호커센터는 주로 야외에 자리 잡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소규모 가판 음식점 수십여 개가 모여 있는 형태인데, 여러 가지 음식들을 3~5달러면 맛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특히 수많은 음식 가운데 우리나라의 한식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 반가웠다.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싱가포르가 워낙 물가가 비싼 나라라 주거비를 걱정해서 함께 파견된 다른 인턴과 방을 같이 썼다. 운이 좋게도 아파트 형태의 공공주택인 HDB(Housing and Development Board)보다 여건이 좋은 곳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었는데, 켐반간 역 근처 윈디 하이츠라는 콘도에 월세로 1300싱가포르 달러를 지불했다. 만약 가장 저렴한 방을 찾는다면 조금 외곽지역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곳의 HDB는 2인 1실 기준 500싱가포르달러 정도가 든다고 한다.

나 역시 주거지를 찾느라 발품을 팔았지만, 싱가포르에서 처음 집을 구할 때는 역과의 거리, 청결상태, 관리비 포함여부, 별도 화장실 여부, 취사 가능 여부, 집을 함께 쓰는 멤버 등에 대해 고민을 좀 해야 한다. 


내 경험을 말한다면, 싱가포르는 더운 나라인 만큼 도시철도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집을 추천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좋은 점이 싱가포르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바로 치안 상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밤 11시에 운동장 트랙에서 런닝을 하고 와도 전혀 위험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성인턴들이 반길 만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생각보다 쾌적한 호치민

그런가 하면 한국무역협회 호치민 지부가 위치한 호치민 1군의 다이아몬드플라자는 포스코가 건설하고 입주 기업 대부분이 한국 기업인 그야말로 ‘한국적인 빌딩’이었다. 나는 주거지를 윙티민카이로 정하고 걸어서 출퇴근했다.

건물 아래층에는 백화점이 자리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베트남의 전반적인 환경에 비해 아주 쾌적하고 깔끔했다.

집은 무역협회 지부의 도움을 받았다. 베트남의 경우 부동산 사이트 같은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윙티민카이 18A번지에서 한 달에 25달러 정도의 월세를 냈다. 2만 원 정도의 전기세가 따로 청구되지만, 윙티민카이 근처의 대부분의 집들은 집에서 청소와 빨래를 해준다. 하지만 집을 비울 때는 중요한 소지품은 따로 보관해두는 게 좋다. 외국인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주거여건

도 깔끔했다.


풍요로운 베트남 생활

베트남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는 물가가 아닌가 싶다. 해외에 나가면 그 나라의 음식을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호치민에서도 싼값에 맛있는 음식들을 마음껏 맛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은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대중교통이 부실한 편이어서 오토바이는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호치민만 해도 교통이 복잡하고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많아 운전에 익숙하지 않다면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기가 만만찮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만약 근교로 여행을 간다면 ‘신투어리스트’ 같은 여행사를 통해 버스로 다녀오고, 가까운 거리는 ‘비나순’ 등의 택시와 ‘쎄옴’이라는 오토바이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일단 졸업부터 하고 나서

나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있으면서 현지의 한국 기업보다 외국계 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대학졸업 예정자보다 졸업자의 신분을 선호했다. 또한 영어 실력은 토익(TOEIC) 같은 서류상 점수보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서 드러나는 영어 구사 능력과 인터뷰를 높게 쳐주었다.

우선 호치민에는 베트남어를 전공하는 한국 대학생들이 많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현지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베트남어를 잘한다면 더욱 플러스 요인이지만, 그렇다고 꼭 현지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면 외국계 취업의 기회도 많다.


호치민의 경우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고, 그만큼 한국 대학생도 많아 현지 취업에 성공한 사례를 적지 않게 봤다. 호치민 한국 기업 취업의 장점은 무엇보다 연봉 등 처우 면에서 다른 외국계나 베트남 기업에 비해 좋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취업을 하려면 우선 현지에 머물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면접을 봐야 하는데, 내 경우에는 인턴 후반기를 베트남에서 보냈기 때문에 직접적인 구직 활동을 할 수 없어 아쉬웠다. 설령 인터뷰까지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한층 까다로워진 비자 발급여건 때문에 최종 관문을 뚫지 못하는 경우를 여러번 봤다.


싱가포르에서의 취업과 관련해 첨언하자면, 아무 경력이 없는 졸업자 신분보다 적어도 한국에서 1~2년의 경험을 쌓는 게 좋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금융권의 경우 유수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경험하기 힘든 인재양성 프로그램을운영하고 있는데, 아무리 기회가 좋아도 비자가 없는 외국인 신분으로는 경험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나 역시 싱가포르 취업 목표는 잠시 접어두고 한국에서 경력을 쌓아 보다 장기적으로 해외취업을 준비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있으면서 내가 참고한 취업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싱가포르 : www.jobstreet.com.sg, www.jobsdb.com

●베트남 : www.vietnamworks.net(외국계), cafe.naver.net/

 kotraho-chiminh(한국 기업)


*출처: 무역협회 (www.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