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이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

Q1: 메이크업아티스트란 어떤 직업인가요?

먼저 메이크업아티스트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쉽게 말해 메이크업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보통 화장을 많이 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합니다. 메이크업을 통해 여성을 더 아름답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메이크업아티스트라는 직업은 단순히 연예인을 메이크업해주는 사람만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영화나 드라마, 오페라나 뮤지컬, 패션이나 화장품 등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뉩니다. 오페라나 뮤지컬 출연진에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아티스트는 조금 더 특수한 분장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전에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메이크업아티스트로서 경험을 했습니다. 메이크업을 배우기 시작한 건 1996년도부터였습니다. 아티스트로 활동한 건 1999년부터였습니다. 주로 메이크업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분야는 패션과 뷰티 관련한 작업들입니다. 패션쇼 또는 패션 매거진에서 활동하거나 연예인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줍니다. 

3년 전에는 화장품 브랜드 ‘손앤박’을 론칭했습니다. 전 세계 7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Q2: 이 일을 시작하신 동기와 관련하여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어릴 적 꿈은 패션 디자이너였습니다. 

양장점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디자인과 미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간절하게 원했던 의상디자인과 입학이 좌절되면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진로를 바꿔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지만, 장래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헤어 스타일링도 배웠지만 마음을 두지 못하고 이내 접었습니다. 

그러다 눈을 돌린 게 메이크업이었습니다. 미용실 원장님이 메이크업이 뜰 것 같다며 해보라고 부추기셨습니다. 잘나가는 미용사나 요리사들은 다 남자라면서요. 당시에도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꽤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물세 살이 되던 해, 메이크업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Q3: 메이크업 분야에서 남자로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부모님이 메이크업 하시는 것을 찬성했나요? 

메이크업아티스트의 세계, 그러니까 필드에 들어서려고 할 때 많은 곳에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대부분 남자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죠. 그렇게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취업을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어머님께서는 응원해 주셨고 반대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8~9개월 다닌 전문학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수석졸업까지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막상 사회에 나오니 취업 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직접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찾아갔지만 "남자라서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여성 텃밭인 메이크업 분야에서 버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어려도 미용실 안에서 오래 일하면 군대처럼 선임이 되는데, 저보다 어린 선배들이 꽤 혹독하게 시켰죠(웃음). 

하루는 밤샘 촬영하고 원장님 허락 하에 퇴근을 했더니 숍에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다시 나오라고요. 청소를 시켜서 청소를 하면 이게 한 거냐며 다시 시키기도 하고… 텃세도 심한데다 시기 질투가 많았어요." 

Q4: 일을 하며 이 일을 하길 잘 했다 하는 때는 언제인가요?

요즘에는 해외에 나가서 활동할 일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의 뷰티 업계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가까운 중국에도 자주 가는데, 중국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올해 5월에는 뉴욕에 <K 뷰티> 특집으로 광고 촬영을 하러 갔는데,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무척 좋았습니다. 

한국 식당은 줄을 지어 서서 먹을 정도의 인기였고, ‘K 뷰티’ 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한국 제품에 대해서 무척 신뢰하고 좋아하더라고요. 이런 순간순간도 굉장히 기쁘고 보람을 느낍니다. 간혹 유명 연예인이 ‘내 메이크업은 이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지목할 때도 고맙고 좋습니다. 

Q5: 일을 하며 가장 힘들고 지칠 때는 언제인가요?

우리가 가장 바쁜 시즌은 8~9월, 그리고 12~1월입니다. 남들이 휴가가고 쉴 때, 우리는 항상 바쁩니다. 

지금까지 휴가 한 번 다녀올 정도입니다. 시즌 외에도 다른 일들을 많이 하다 보니 쉴 틈이 없는 겁니다. 항상 바쁘다보니, 공허함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또 2000년부터 프리랜서 메이크업아티스트로 일하다 보니, 일이 규칙적이지 않았습니다. 

일이 없을 때는 괜히 나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습니다. 그동안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살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때로는 힘들고 지칩니다. 

타당한 금액을 요구하는 건데도, 인정하지 않을 때, 지금까지 20년 동안 쌓아온 시간을 무시당한 기분도 듭니다. 

간혹 시안을 가져 와서 똑같이 해달라고 할 때도 왠지 기운 빠지고 

Q6: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가장 표현하기 좋은 얼굴을 가진 배우는요? 

젊은 친구들은 메이크업을 하면 변화가 확 눈에 띄는데, 사실 나이대가 많다보면 표현에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장미희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그 나이 대에서 그런 변화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유입니다. 장미희 선생님과는 잡지 촬영 하다가 만났습니다. 

10여 년의 세월을 함께 해왔는데, 손발이 잘 맞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장미희 선생님의 매력입니다. 새로운 제안을 해도 “싫어요”라는 대답을 한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Q7: 어떤 얼굴이 아름다워 보이나요?

이목구비가 예쁜 얼굴이 아름다운 것은 맞지만 저는 맑아 보이는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현 도구 중 하나로 ‘눈’이 정말 중요합니다. 눈은 거짓말을 못합니다. 피곤할 기색도 눈을 통해 나타나고, 맑은 기운, 긍정적인 기운도 눈으로 나타납니다. 

배우 이나영 씨나 예지원 씨의 눈을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Q8: <별에서 온 그대> 로 처음 드라마 일을 하신 걸로 아는데, CF광고나 잡지와 다른 점은 어떤 것 들이 있나요?

CF 광고나 잡지 촬영은 메이크업 시간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드라마의 메이크업은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고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실제로 메이크업 하는 시간은 15분 정도인데, 배우가 밤을 새고 오면 피부 상태가 말이 아닌데, 최대한 빨리 해줘야 한다는 점이 좀 어려웠습니다. 

배우도 힘들겠지만 주변에서 서포트 하는 사람도 힘이 들었습니다. 

Q9: 이 일을 위해 가장 남다르게 노력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인형을 가지고 놀고, 미용실을 다니고, 향수를 썼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다 보니 더욱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갈 때도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 같지만 저는 이곳저곳의 사물을 바라봅니다. 아티스트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탄탄한 기본이 없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대가 있어야 건물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을 쌓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해외유명 아티스트의 기술을 분석하고, 롤모델의 장점을 모아 나만의 스타일로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Q10: 일을 통해 가장 마지막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금 우리 회사에 직원 25명 정도가 있습니다. 

아직 작은 회사인데, 대행사도 쓰지만 모든 것들이 아직 제가 발품을 팔아서 일일이 참여하고 신경 써야 합니다. 아직까지 시스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고 한계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손앤박>이라는 저의 ‘회사의 성장’이 지금으로서는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한 계단 씩 밟아서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Q11: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노력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강의할 때 항상 이야기하는 것은 있습니다. 

어린 친구일수록 정상에 오른 사람들만 바라보고, 화려한 부분만 보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입니다. 

나중에 커서 잘 되더라도 기본을 지켰으면 좋겠고, 그 이전에 기본기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함 이면의 것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더욱 내실있는 어른, 그리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출처: 워크넷 (www.work.go.kr)

유튜브 인터뷰 영상도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