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웹툰작가 이말년이 말하는 웹툰작가 생활





Q1: ‘이말년’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을 사용하고 계세요. 무슨 뜻인가요? 

군대생활을 할 때, “병장 말년이 편하니까 인생 말년에는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말년”이 주는 의미가 좋아서 제가 다니는 커뮤니티 닉네임으로 “이말년”을 쓰게 되었고, 만화를 올릴 때도 그대로 쓰다 보니 굳어 졌어요. 


Q2: 웹툰작가와 기존 만화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만화를 그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해요. 대신 웹툰작가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작품을 주로 선보이죠. 

또 웹툰작가는 기존 출판 만화가보다 대중에게 노출이 많이 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어요. 온라인에 작품을 오픈하다보니 블로그, SNS 등으로 더 쉽게 연결되죠. 

작품도 작품이지만 작가 본인도 어느 정도 공개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Q3: 어릴 때도 만화가를 꿈꾸셨나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서 이과를 선택했어요. 

나중에 보니 제가 하고 싶던 일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게임기획자에 가까웠어요.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림을 잘못 그리니까 그저 막연하게 꿈만 꾸었던 것 같아요. 노력을 한다거나 그랬던 것도 아니었죠. 

대신 미대에 입학한 건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또 풍경화를 잘 그리는 것과 만화를 잘 그리는 건 완전히 별개잖아요? 

만화를 그리려면 관찰력과 묘사력이 좋아야 해서 사진이나 이미지를 보고 그리는 것과는 달라요. 오히려 만화가는 지금 당장 눈앞에 없는 것을 그리라면 힘들어 하죠.  


Q4: 미대에서 웹툰작가의 길을 가게 된 연유가 궁금해요.    

그림을 그리려 미대에 진학했지만 결국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디자인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디자인이 재미없으니까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 했어요. 

디자인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예쁘게 만들라고 하니까 그게 힘들더군요. 흥미가 떨어지니까 더 못하게 되는 악순환의 시기였어요. 

그렇게 대학교 4학년이 되었지만, 취업 준비는 안 했고, 당시는 만화 올리는 웹툰 게시판에 새로 생겨서 취미로 만화를 올리던 때였어요. 단순히 취미였고, 데뷔를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그곳의 담당자와 연락이 되어서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저 같은 스타일의 만화가 없었어요. 

그냥 놀려고 그린 거라 특별한 기대도 안했어요. 아마 당시 담당자가 실험적인 것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출판 만화였으면 상상도 못했을 거였고, 웹사이트가 없었으면 못 했을 거예요. 조건이 딱 맞았던 것 같아요. 

취업 준비도 안 되어 있어서,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만화를 그리게 됐어요.


Q5: 게임방송 VJ로도 활동하셨던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게임을 원래 좋아했고, 혼자 게임을 하다 보니 지겹더라고요. 

그럼 그만 하면 되는데,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유저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게임을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고, 그렇게 게임방송 VJ를 시작 한게 쌓이고 쌓이다 보니까 시청자 층이 형성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말년”이란 이름으로도 안했었죠. 이제 매일 방송은 못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 하고 있어요.


Q6: 만화 작업을 하는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마감하는 날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보통 저녁 즈음 일을 시작해서 그림을 그리다가 피곤하면 자고 안 피곤하면 계속 작업해요. 

그렇게 해서 다음날 오후 6시에 마감을 하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하루 이틀 정도면 되지만, 구성이나 기획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죠. 

사실 저는 다른 분들과는 좀 다른 편이예요. 어떤 분들은 일주일 정도 작업하는 분들도 있고요. 

저마다 스타일이 다른 거죠. 저는 단편이니까 스토리를 짤 때 처음부터 새로 짜는데, 개그 만화는 기획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려요. 구상은 보통 카페에서 하는데, 저녁에 집에 들어왔을 때 아무 것도 안 나왔으면 일한 것도 아니고 논 것도 아니라 허무할 때도 있고요.  


Q7: 작업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을지 궁금해요. 

그런 질문은 몇 번 받았는데 대답을 못했어요. 

딱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서요. 개인적으로는 중고등학교 수업했던 내용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역사나 잡다한 지식 같은 거요. 

스토리 만화가 아니라, 에피소드, 단편 위주다보니 즉흥적인 상식들을 많이 알면 곁가지로 넣을 요소들이 많이 떠오르고, 그게 작업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죠.  


Q8: 웹툰 작업이 없는 시간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지내나요?

따로 특별히 하는 일은 없어요. 인터넷 게임 방송 보는 걸 좋아해요. 

저도 게임 방송을 하다 보니, 남은 시간에 게임을 하는 일은 더 줄었고요. 


Q9: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보람 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웹툰을 그리다 보니까 독자들의 피드백이 바로 바로 와요. 

만화를 업데이트 했을 때 댓글이나 감상평 등이 많으면 힘이 나고 뿌듯하죠. 제 만화를 보고 누군가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작게라도 제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죠.  


Q10: 반대로 가장 힘들고 지칠 때는 언제인가요? 

힘들 때는 위와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요.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거나 반응이 없을 때예요. 

나쁜 반응도 관심이니까 괜찮은데, ‘무관심’이라는 반응을 보일 때 아쉽고 힘들어요. 

그리고 마감에 쫓겨서 결과물을 냈는데 제 스스로 보기에도 재미없고 부족할 때는 아쉽죠. 


Q11: 만화가가 되려면 필요한 능력이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만화도 장르가 많기 때문에 요구하는 자질이 조금씩 달라요. 

저는 개그 만화니까 개그 만화에 국한한다면 먼저 관찰력이 좋아야 하고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다양한 정보를 많이 알려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잡다한 지식이 많으면 유리하죠. 저는 심심하면 위키에서 지치는 줄 모르고 몇 시간 동안 다양한 정보를 읽거든요. 한번 접속가면 한도 끝도 없이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양쯔강에는 오십 년 전까지 돌고래가 살았다’, ‘카스피해는 바다냐, 호수냐’ 이런 내용들을 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또 이런 사실들이 만화를 그릴 때 도움이 되고요. 

제가 그리는 만화처럼 단편은 얕고 넓게 지식을 아는 것이 좋아요. 일단 알면 깊게 팔 수 있으니까요. 


Q12: 일을 통해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사실 크고 정확하게 이렇다 할 꿈이 있는 건 아니에요. 대답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만화가 중에는 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숭고한 장인 정신이 있는 분들이 많거든요. 

물론 그렇게 생각해도 마땅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또 오히려 큰 꿈을 꾸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거창하게 힘이 들어가면 무리하게 되고, 무리하다보면 재미를 잃어버리거든요. 

저는 소박하게 꿈을 꾸고 작게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Q13: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특별한 조언을 한다면?

저에게 오는 질문 중에는 ‘웹툰작가가 되고 싶은데 집에서 반대한다’는 내용이 많아요. 

그러면서 지금 하고 있는 ‘학업은 최소로 하고 싶다’고 말하죠(웃음). 

그럴 때마다 저는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해요. 사실 청소년기에는 남들 하는 대로 학업을 따라 가다가 대학에 가서 천천히 도전해도 늦지 않거든요. 저처럼 보험이 없는 상태로 도전해야 오히려 더 절박해서 잘 되기도 해요(웃음). 

그리고 지금은 학교수업이나 학습하는 시간이 낭비 같고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인생을 살면서 의미 없는 시간은 결코 없어요. 

수업 시간에 다른 것을 꿈꾸고 딴 짓을 할 거라면 차라리 그 시간에 수업 열심히 듣는 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수업을 가만히 들어 보세요. 계속 듣다 보면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시간은 이다음에 분명 도움이 될 거고요.


*출처 : 워크넷 (www.work.go.kr)


인터뷰 영상도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