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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동물을 돌보던 수의사가 제약회사의 임상연구원이 되기까지...

노령화와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제약·바이오 분야가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기업의 투자와 관심도 늘어나고 있고, 인재를 유치하려는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제약회사의 다양한 직무 중 ‘임상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LG생명과학 임상2팀의 윤혜진 대리를 만나 LG생명과학 임상연구원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하나의 신약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긴 여정

‘제약회사 임상연구원’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하얀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 있는 모습? 광화문 LG 사옥에서 마주한 윤혜진 대리는 여느 사무직 직장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 경력직으로 LG생명과학에 입사한 윤혜진 대리는 올해로 4년차인 임상연구원입니다. 현재 LG생명과학에서 당뇨 치료제와 백신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혜진-대리-(6)_수정

Q. ‘임상연구원’이라는 직무가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생소합니다. 대리님이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제약 회사의 연구개발 직무에는 다양한 세부 직무가 있지만, 크게는 ‘화학적/생물학적 분석과 실험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와 ‘개발된 신약을 평가/테스트’ 하는 연구로 나눠볼 수 있어요. 신약의 테스트는 다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 시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으로 구분되는데요, 저는 이 중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상, 2상, 3상 임상시험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제조업-제약업의-업무-프로세스-비교(수정5)




신문/방송에서 “어느 제약회사의 신약이 임상 1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라고 하는 표현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1상은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 일정 분량의 약을 투여해서 잘 흡수되는지, 독성은 없는지, 체내에 남는 건 없는지 등의 안전성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고요. 2상은 해당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각각 다른 용량으로 신약을 투여해 약의 적절한 용량을 결정하는 거에요. 3상은 복제약의 경우 600명, 신약의 경우 3,000명을 대상으로 해서 2상에서 선정된 용량으로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살펴보는 단계입니다. 1상, 2상, 3상 각 과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되는데요. 임상연구원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식약처의 허가를 받기까지 전 과정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선 개발 단계까지 포함하여 최소 15년 이상이 걸립니다. 사람 몸에 직접 쓰는 의약품이다 보니 그만큼 깐깐하고 꼼꼼하게 개발하고, 그 결과를 살피기 때문입니다.

신약의 개발 과정

신약의 개발 과정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은 보통 한 프로젝트가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려요. 처음에 연구소와 어떤 약을 개발할지 논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몇 명에게 테스트를 진행할지, 무엇을 측정할지, 최종적으로 효능 평가는 어떻게 할지 시험 계획을 수립하고 시험계획서(프로토콜)를 써서 유관 부서와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요. 그 다음에는 연구를 진행할 기관을 선정하고, 연구자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CRO(외주업체)를 교육하죠. 이 과정에서 연구자와 계약을 하기도 하고, 세부적인 연구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서류 작업도 많이 해요.”

LG생명과학 임상2팀 윤혜진 대리

Q. 임상연구 업무에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우리 회사가 개발한 신약들이 시장에 출시되거나 허가권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 혹은 허가를 받는 순간이겠죠? :)

또 연구자인 의사 분들이 처음에는 우리 약에 별로 관심을 안 보이시다가도, 지속적인 임상 시험을 진행하면서 관심을 가지시고 오히려 제게 좋은 아이디어나 제안을 주실 때가 있어요. 이렇게 연구자와 신뢰를 쌓는 것도 일종의 성과이자 보람이에요.”

동물을 돌보던 수의사에서 제약회사의 임상연구원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은 약학이나 화학 전공자가 많습니다.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원들은 약학, 생물학, 간호학 등의 전공자가 많다고 하는데요, 윤혜진 대리는 조금 특이하게 ‘수의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제약회사의 임상연구원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동물과 사람의 생명을 아끼는 마음, 윤혜진 대리를 이끈 동력이 되었다.

동물과 사람의 생명을 아끼는 마음, 윤혜진 대리를 이끈 동력이 되었다.

Q. 수의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 임상연구원이 되신 이유가 있나요? 
“동물병원에서 일할 때는 동물들의 생명이 오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동물과 사람의 생명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다가 제약회사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사실 학교를 졸업한 후 다양한 사회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던 것 같아요. 전문직이지만 정해진 업무 안에서 생활하기보다는, 큰 조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오랫동안 공부했던 수의학 분야에 미련이 남지 않은 건 아니지만, 윤혜진 대리는 LG생명과학 연구원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길을 선택했기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의학 전공 시절 윤혜진 대리의 모습

수의학 전공 시절 윤혜진 대리의 모습

Q. 수의학과 인의학은 많이 다르지 않나요? 처음에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입사하셨을 때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람과 동물은 종 특이성만 차이가 있고, 기본적인 기전은 비슷하거든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약을 좀더 약한 용량으로 동물들에게 사용하기도 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그렇게 이질적인 생각은 안 들었어요. 다만 약의 종류나 관련된 규정 같은 것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해야 했어요. 또 저는 약을 성분으로만 배웠는데 약사 분들과 이야기할 때는 상품명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니까 그 부분도 따로 익혀야 했죠. 인의학에 적응하는 데에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윤혜진 대리는 필요할 때마다 책을 찾고 각종 세미나와 컨퍼런스에도 열심히 참여하며 공부를 했습니다. 스터디 모임이 많은 LG생명과학의 학구적인 조직 분위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스터디할 기회가 많아요. 매주 화요일 임상개발 담당 직원들이 전부 모여 통합회의를 하는데 그 자리에서 우수 사례(Best Practice)나 해외 컨퍼런스에 다녀온 내용, 자기가 했던 연구에 대한 개선점들을 공유해요. 또 매주 목요일에는 임상개발 세미나라고 해서 논문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읽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표를 해요. 팀 별로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엔 따로 당뇨나 백신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꼭 대학원 같죠? ^^;”

Q. 제약회사 임상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지식과 역량이 필요한가요? 
“일단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야 하고, 굉장히 꼼꼼해야 해요. 또 의료나 생물학적 기본 지식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죠. 처음에는 저도 제약회사에 왔을 때 막연히 ‘배우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지식 기반이 있어야 전반적인 것을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제약업계에서는 항상 생각하지도 못했던 변화가 많이 생겨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필요해요. 또 연구자나 식약처 담당자 분들과도 소통할 일이 많으니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해요.”

윤혜진 대리 (12)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태도와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성, 꼼꼼함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임상연구원의 자질로 꼽은 윤혜진 대리는 그 역시 임상연구원이 되기 전까지는 이 업무가 이렇게 역동적인 일인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제약회사 연구원은 상당히 정적인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넓은 지식이 필요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는 동적인 직업이에요. 그래서 일을 하면 할수록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LG생명과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는 것

LG생명과학은 1979년 ‘럭키 중앙연구소’가 모태입니다. LG(당시 (주)럭키)는 이 연구소를 발전시켜 1983년 국내 최초 유전공학을 전문으로 하는 유전공학연구소를, 1984년 의약품 사업부를 만들었습니다. 국산 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 국내 최초의 인간성장호르몬 ‘유트로핀’, 최초의 국산 당뇨병 치료 신약 ‘제미글로’ 등을 개발했으며, 이 뿐만 아니라 지난 33년간 글로벌 주요 제약회사에 수출된 신약 기술만 21개로 국내 제약업체 중 최다입니다.

LG생명과학에서 자체 개발한 국내 최초 당뇨병 치료 신약 '제미글로'

LG생명과학에서 자체 개발한 국내 최초 당뇨병 치료 신약 ‘제미글로’

또한 국내 제약회사 중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 중 하나입니다. LG생명과학은 최근 5년 동안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을 17~18%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윤혜진 대리 역시 R&D에 대한 회사의 투자와 지원이 연구원으로서 회사에 느끼는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합니다.

Q. 많은 제약회사 중에서 LG생명과학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학교 다닐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LG생명과학이 연구도 많이 하고 체계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또한 다른 회사는 제품을 개발할 때 매출을 가장 염두에 두지만 LG생명과학은 그렇지 않은 면들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업의 본질을 중시한다고 할까요? 구호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기도 하거든요. 물론 저희 회사가 매출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익이 되는 것만 추구하는 회사는 아니라는 점이 좋았어요.

사실 그래서 LG생명과학에 지원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 하지만 다른 제약회사로 입사를 하고 나서도 계속 LG생명과학의 문을 두드렸고, 결국 오게 됐어요.”

LG생명과학 오송공장

LG생명과학 오송공장

Q. 다른 회사와 비교해서 LG생명과학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사내에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전문가들이 많고, 한번 진행하기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회사 차원에서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연구원으로서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죠.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팀장님들께 여쭤볼 수 있을 만큼 조직 분위기가 수평적인 편이에요. 직급에 상관없이 필요하다면 누구나 회의를 요청할 수도 있고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요. 의사결정을 할 때 단계별 절차가 있어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에 아쉬울 때도 있지만, 체계적 결정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면 나름의 장점이 있는 것 같고요.”

Q. LG생명과학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처음에 회사에 입사했을 때 상무님과 팀장님이 ‘회사 내에서 사람들이 네가 전문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어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3년 정도 재심사, 안전성 연구를 하다 보니 이제는 이와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제게 질문을 하거나 조언을 구하시는 분들도 생겼어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해외 임상연구도 많이 진행해 보고 싶어요. 더 나아가 해외지사에서 일할 기회가 있다면 그런 기회도 잡고 싶고요.”

LG생명과학은 현재 태국과 인도, 폴란드, 중국, 그리고 중동(MENA)에 법인과 지사가 있습니다. 아직은 판매 중심 업무를 담당하는 지사지만, 윤혜진 대리는 해외 연구가 많아지면 임상 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여행과 사람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윤혜진 대리. 올해 목표도 여행을 하며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여행과 사람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윤혜진 대리. 올해 목표도 여행을 하며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윤혜진 대리에게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습니다.

저 역시 전공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처음에는 두려웠는데, 지금은 임상연구원으로서의 저의 삶이 참 좋거든요. ^o^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도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 출처: LG blog (www.lgblo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