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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9급 공무원

리얼합격수기| 서울시 일반행정직 9급 - 29살 어문학, 경영학 전공자의 합격수기

막연한 두려움 떨쳐내고 ‘합격의 과녁’을 맞히다

○○○/서울시 일반행정직 9급(2015년 합격)


올해 1월 18일 나는 서울시의 한 자치구로 발령받게 됐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평소 관심이 없었던 직업이었건만, ‘나는 왜 소위 말하는 공시족이 되어 시험을 준비하게 된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불안하고 답답했던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조급함 때문에 선택한 지름길이 바로 공무원 시험 준비였다.


나는 서울에 소재한 한 대학에서 어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상사에서 해외영업직이나 항공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다지 열심히 그리고 오래 취업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뜨거웠던 한 여름 한 차례 실연을 겪었고, 늦여름에 부랴부랴 토익과 토스 등 어학 점수를 취득했다. 하지만 가을학기에 자소서를 쓰고, 서류 전형을 통과해서 면접을 보는 과정 중에 내가 하게 될 일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위로 지원한 결과 중견 기업 영업직에 합격했지만 고민 끝에 출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얼어붙은 청년 취업시장이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는 시기였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대학시절 막바지 연애는 끝을 맺었고, 학점도 모두 채우고 졸업 시험과 논문도 통과해 학교에 나갈 일 없고 직업도 없던 시절,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무원 합격수기를 읽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한때 7급 공무원 준비를 생각했었지만, 7과목이나 공부해야 하고 합격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험 준비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7급은 몰라도 9급 공무원은 직업으로는 별로라는 식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에게는 소위 말하는 안정성, 공익을 추구하는 일을 한다는 점 등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무엇보다 5개월 만에 합격한 학우의 글을 읽으며 이 불안한 시기를 나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9살을 앞둔 28살의 겨울에 예비군 훈련 때 만난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명 인터넷 강의에 대해서 알게 됐고,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고 12월 말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누워 자란 두 개의 사랑니를 뽑고 퉁퉁 부은 볼에 얼음주머니를 대고 집에서 한국사를 강의를 들으며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다.


♣ 수험생활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남부였고, 내가 다니던 학교는 서울 북부에 있어서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 그 대신 집 옆에 있는 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그곳 도서관에서 6개월을 보냈다. 그냥 학교 다니고 수업을 듣는 대학생처럼 그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교정을 거닐었다.


어려운 시험을 준비한다는 생각에 다가올 압박감을 덜 느끼고자 ‘나는 그냥 대학생이고, 공부를 할 뿐’이라는 생각으로 도서관을 다녔다. 그곳 교직원 식당에서 늘 밥을 먹었는데 맛있었고, 메뉴도 자주 바뀌고, 도서관 바로 앞에 있었으며, 방학이면 사람이 많지 않아서 조용히 식사할 수 있었다.


4월에 응시한 국가직 시험은 가채점 했을 때 375점 정도의 성적을 받았고, 서울, 인천, 경기 지역 고용노동부에 응시해 탈락하게 됐다. 비록 합격 가능 점수는 아니었지만 불과 몇 달 공부를 안 한 시기였기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6월에 응시한 교육행정직과 서울시 일반행정직 시험에 안정적인 점수를 얻어 합격할 수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시험을 준비했다고 해서 필기시험 준비 기간 동안에 평안하게 스트레스 없이 수험생활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험에 합격하지도 못하고 1년이고, 2년이고 시간을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3월에 공무원 시험을 접수하며 상반기 신입사원 공고를 보며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것도 사실이다.


나쁘지 않은 학점, 공인영어 성적, 제2외국어 자격증 등 그냥 취업이나 다시 준비할까 고민하다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되뇌며, 임시저장한 이력서를 삭제했던 것 같다. ‘공무원 시험’이라는 화살을 쏘았고, 나는 그 화살에 올라탄 개미였다. ‘합격이라는 과녁’을 맞힐지 몰라 불안해하는 개미였다.


두꺼운 책을 외우다가 막막하고 공부가 안 될 때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임용고시나 나와 같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가끔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하루 정도씩 쉬었다. 취업해서 잘나가는 친구들보다 비슷한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고, 나만 불안한건 아니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다.


답답할 때면 커피를 한 잔 사들고 대학교 교정을 산책했다. 필기시험이 끝나고 여유로운 백수생활을 즐겼고, 필기 합격 발표 이후에는 면접 스터디를 하며 좋은 친구들을 또 만날 수 있었다.


♣ 과목별 공부방법


1월에는 국어와 한국사 강의를 집중적으로 들었다. 특히 한국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내신으로 공부해 본 것 외에는 공부해 본적이 없어서 암기해야 할 내용에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요약된 필기노트로 한 번 기본 강의를 듣고 두 번 암기를 반복하다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강사는 필기노트 요약강의를 반복해서 계속 듣거나 기출문제를 풀며 기출해설 강의를 들으라고 권했다. 하지만 기본 강의를 들을 때 자세한 설명이나 농담까지 모두 필기하는 버릇이 있어 굳이 강의를 다시 보지 않아도 세세한 내용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시험까지 6개월가량의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 강의 외에 다른 강의를 다 들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만, 같은 내용을 다른 형식으로 계속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독서대에 필기노트를 올려놓고 강의로 들은 부분을 먼저 눈을 감고 암송해서 외우고, 강사가 줄을 치라고 강조한 기본서 부분을 펴놓고 기본서를 한 번 읽으며 외운 내용을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 후, 기본서에 매 단원마다 나와 있는 핵심 기출 문제를 암기 확인용으로 반복해서 풀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해서 4월 국가직 시험과 6월 교육행정직, 그리고 서울시 시험에서 변함없이 95점의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국어


국어 과목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과목이기도 했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맞춤법, 고유어, 외래어 표기법, 고전 문법, 한자 그리고 문학 등등 사고력 보다는 암기를 요하는 부분이 많았고 특히 국어 어법은 외우면서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게만 느껴졌다.


4월 국가직 시험 이후로 시기별 문학 수업과 문학사 수업을 들었다. 국어 문법만 한 번 보고 본 4월 국가직 시험에서는 70점, 교육행정직 시험에서는 85점, 서울시 시험에서는 75점의 점수를 얻었다.


행정법, 사회


나머지 선택 과목으로는 행정법과 사회를 선택했다. 행정학을 선택할지 행정법을 선택할지 고민했지만, 예전에 민법을 교양으로 가볍게 접했던 적도 있고, 고등학교 때 법과 사회 과목이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서 행정법을 선택하게 됐다.


새로운 것을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어 재미있기도 했고, 처음에는 법률 용어가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지만, 반복하면서 법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선택한 강의가 압축 회독 강의를 반복으로 제공해서 회독 강의를 들으며 복습을 여러 번 했고, 복습하는 기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공부가 잘 안 되거나 막히는데 마냥 시간이 없어 마냥 놀 수만은 없을 때 그나마 재밌게 느껴지는 행정법 문제를 풀곤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판례와 내용에 대한 자세한 필기와 두문자 등을 깨알같이 적어놓고  판례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해당 부분의 문제를 찾아 푸는 식으로 복습했다. 국가직과 교육행정직 그리고 서울시 시험에서 각각 95, 100, 95점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강사가 제공하는 공부법에 관련된 강의도 수험생활 내내 정신적인 안정과 동기부여에 많은 도움이 됐다.


사회 과목은 사실 국어와 더불어 불안한 과목이었다. 고등학교 때 정치와 법과 사회를 공부한 기억과 암기할 양이 적다는 이점 때문에 택한 과목이었지만, 사회문화의 통계 문제와 경제의 계산 문제가 평이하게 출제되면 내 예상대로 쉽게 고득점을 얻을 수 있었지만, 어렵게 나오면 맥을 못 추었다. 국가직과 교육행정직 그리고 서울시 시험에서 각각 85점, 95점, 60점의 성적을 얻었다.


영어


공부한 과목에 대한 내용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진 과목이 있는데 바로 영어 과목이다. 사실 나는 공무원 영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바로 이 덕분에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토익이 아닌 토플과 같은 학술 영어 공부를 했었기에 따로 단어 공부나 문법 공부 없이 유형 파악과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실전 문제풀이만 했다.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어나 영어 과목에 있어서 기본 실력을 어느 정도 가진 수험생들이 많고, 이런 수험생의 경우 다들 수험 기간을 많이 단축하는 것 같았다. 국가직과 교육행정직 그리고 서울시 시험에서 각각 90점, 95점, 80점의 성적을 얻어 시험에 합격하게 됐다.



♣ 공무원이 된 후


임용 발령 후 이제 11개월이 지났다. 행사도, 민원도, 사업도 많은 부서에 배치 받아, 날마다 고군분투하며 지내고 있다. 시보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주로 다른 주임님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일을 잘 몰라 전화가 걸려오면 식은땀을 흘리곤 했다. 그렇게 몇 개월간 기초적인 업무를 배우고, 구청 분위기를 익혔다.


시보 해제 후에 업무를 많이 맡게 되면서 제법 큰 행사를 담당해서 한 번 치러내고, 서울시 공모사업과 시설 등을 관리하고 있다. 야근할 일도 제법 많고, 행사 때마다 주말에도 일터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제 곧 임용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아직은 병아리 공무원이다.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이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늘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다. 


지난 해 우리들의 입에 상투어처럼 오르내렸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화두처럼, 그렇게 나는 내게 주어진 업무를 책임있게 처리하고 난 뒤의 주말과 평일 저녁의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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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책브리핑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