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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터 김상진의 추천도서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났어요. 평범하고 조용한 아이였죠. 만화책을 참 많이 봤는데 만화방에 한 번 가려면 십 리를 걸어 읍내까지 나가야 했어요. 부지런히도 다녔습니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를 왔고 퇴계로였나? 처음으로 극장의 큰 화면으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걸 봤는데 그게 <피터팬>이었어요. 굉장히 충격적이고 강렬한 경험이었죠. 그래서 <피터팬>은 여전히 제게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아주 좋아했어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가서는 미술반에서 활동했는데 고궁이나 우리 사회의 풍경들, 석고 데생 같은 것들을 주로 그렸습니다. 어렴풋이 '나는 미대에 가겠구나' 생각했는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우연히 한 검안 결과를 보고 적록색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요즘도 그런 검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그게 미대 진학을 포기할 정도로 큰 일이었어요. 그렇게 별다른 흥미도 없었던 경제학을 전공했고 대학 4년을 허송세월로 보냈죠. 당시는 사회 분위기상 휴교가 잦았는데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핑계로 공부는 안 하고 노상 그림만 그렸던 것 같아요. (웃음)

3년 정도 국내에서 일하다가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 해외 스튜디오로 이직 준비를 했어요. 1989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로 건너가 6년 넘게 일했죠. 그러던 중 스튜디오가 갑자기 문을 닫았어요.


당시가 1995년도였는데, 디즈니의 <뮬란>, 픽사의 <토이스토리>가 나오고 드림웍스가 막 생기기 시작했던 애니메이션 업계의 황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은 없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월트 디즈니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는데 웬걸? 제가 진짜 월트 디즈니로 입사하게 된 거예요. 어린 날, 제게 꿈과 희망의 세계였던 <피터팬>과 같은 작품을 제작하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터가 된 거죠!


김상진 애니메이터가 추천하는 책

말이 필요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자신의 애니메이션에 관한 철학과 인생관, 세계관 등을 기록한 책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그의 작품을 보고 느낀 다양한 근원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자연스레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예술가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편견 혹은 예술 활동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제 멘토께서 선물해주신 책인데 책장을 열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아주 얇은 책이지만 예술가들의 고뇌와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담고 있어 현재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아마도 큰 힘이 될 겁니다. 

한국 만화에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놀라움을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캐내려는 아들과 이를 숨기는 시골 마을 사람들이 첨예하게 대립하죠.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인물들이 하는 세련되고 치밀한 대사가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작품은 저자가 30년에 걸쳐 창의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그 결과 창의적인 사람들에겐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밝혀냈다는데요. 그게 뭘까요? 제가 말씀드리면 재미가 반감되겠죠? 이 책을 통해 그 비밀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죠. 월트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두 명이 함께 쓴 책인데요. 책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아름다운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고 성장해왔는지에 관한 역사와 기술을 담고 있습니다. 간간히 저자들이 월트 디즈니와 실제로 겪었던 에피소드도 담고 있고요. 

애니메이션에 관해 굉장히 테크니컬한 부분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 한 권만 여러 번 정독해도 테크닉에 관한 부분에선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애니메이터가 꼭 숙지해야 할 인물의 움직임 즉 사람의 모션을 기술적으로 잘 그려내는 법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죠. 위에서 소개한 <The Illusion ofLife>와 더불어 꼭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거의 모든 동작을 프레임 단위로 찍어둔 자료집인데요.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가 1초에 24프레임을 다루는 예술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형태로 액션과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비디오 자료도 프레임 단위로 쪼개 볼 수 있는 시대라 무엇이든 캡처가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전문가가 기술적으로 사진 촬영을 해놓은 사진집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들의 움직임과 해부학을 다룬 책입니다. 의학적 관점에서의 해부가 아니라 아티스트 관점에서 다룬 해부라는 게 흥미로운 점인데요. 아티스트가 인지하는 동물 골격의 구조, 다양한 움직임을 굉장히 카튜니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따라서 같은 동물을 사실적으로 그렸을 때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을 때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죠.

[네이버 지식백과] 애니메이터 김상진 -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애니메이터 김상진 (지식인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