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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턴생활기 | GS글로벌 유럽지사에서 근무하며...


조용한 도시 에쉬본

빈약하나마 그간의 경험이 반영된 자기소개서와 무역협회 등 무역 유관기관의 발간자료,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갖게 된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등이 운(運)과 맞아떨어져 글로벌무역인턴십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턴십은 내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GS글로벌 유럽지사로 갈 것을 요구했다. 

다른 나라에 갈 때 흔히 문제시 되는 독일 비자는 한국이 독일의 최혜국 대우를 받으면서 간단히 해결됐다. 워킹홀리데이 이외에 노동비자를 받는 절차도 간소화되고 시간도 예전보다 많이 짧아졌다. 

내가 근무한 지역은 프랑크푸르트이지만,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프랑크푸르트라는 대도시 옆에 붙어 있는 인구가 채 3만 명이 안 되는 에쉬본(Eschborn)이라는 소도시였다. 전 기수 선배들이 살던 곳으로, 독일인 아저씨와 한국인 아주머니 부부의 집 3층을 빌려 다른 연수생과 함께 살았다.


사실 인턴 파견 전만 해도 나는 개인 공간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언어의 제약도 있었고 거주 경험도 없는 곳에서 만족스러운 개인 공간을 마련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연수생 지원금과 체재비만으로는 월세와 월세의 3배나 되는 보증금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독일은 외식비가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레스토랑에서 한 끼를 해결하려면 10유로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식료품은 오히려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인데, 우유나 빵, 고기 등이 그렇다. 그래서 가급적 집에서 음식을 해먹으려고 노력했다.


인구가 적은 만큼 에쉬본은 정말 조용한 곳이었다. 심

지어는 독일이 브라질 월드컵을 우승한 날에도 폭죽 소리와 자동차 경적 소리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다. 이런 작은 도시에 한인 마트가 많다 보니 다른 곳에 사는 한인들이 에쉬본까지 쇼핑을 하러 오곤 했다. 생활에 큰 불편이 있을 리 없었다.

 

새로운 업무 틀을 만들다

출국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바람에 10기 선배로부터 GS글로벌 유럽지사의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당시 GS글로벌은 월말 및 분기 마감이 맞물리면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3월 13일 첫 출근을 하자마자 곧바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차장님이 정리해둔 업무를 주셨다. 

물류관리부터 하게 됐는데, 처음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우선 컴퓨터의 모든 프로그램이 독일어 버전이었다. 파견 전까지 나와 독일의 인연은 네덜란드 교환학생 시절의 2박 3일 여행이 전부였기에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특히 인턴생활 중에는 엑셀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국내 교육기간 동안 배운 응용 기능을 활용 할 수 없어 아쉬웠다. 회사 분위기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비로소 컴퓨터 앞에 자신있게 앉을 수 있었다.


내가 맡은 물류관리는 많은 책임감과 꼼꼼함을 필요로 했다. 

실제 업무는 파트너가 수행하지만, 내 오더가 있어야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내 역할이 고객 만족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는 내륙운송 오더를 전하는 것인데,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변수가 적어 업무가 상당 부분 정형화돼 있는 데도 매번 고객이 원하는 제품규격과 수량에 차이가 있고 항상 적정 재고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관해 고민한 끝에 국내교육 때 배운 엑셀 함수 등으로 꽤나 쓸모 있는 툴과 함께 제품의 전체적인 물류 흐름을 관리하는 양식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다소 지루하고 번거로운 일을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정사원의 꿈이 영글다

기존 독일인 직원의 업무는 제품 입출고와 재고 관리였는데, 창고에서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포장은 물론, 재고 관리는 단순한 숫자놀음에서 벗어나 제품을 일일이 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각각의 저장 공간에 번호를 부여하고 보관 중인 규격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해 나갔다. 이후에는 현재 정식 채용을 앞두고 배우고 있는 철강영업 업무를 또 다른 퇴사 직원으로부터 인계받았다. 

아마 이때쯤부터 실수도 잦아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각각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도 늘기 시작했다.


특히 철강 업무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예전에 비해 메일을 작성하는 시간이 늘었는데, 단순히 기존 메일을 복사해 활용했던 인턴 때와는 달리 직접 내용을 작성해야 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잦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메일과 귀동냥으로나마 고객사와의 협상을 경험하면서 유럽 철강시장과 상거래 관습을 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실제 영업에 나설 때를 대비해 철강재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철강 영업을 지원하면서부터는 유럽 바이어 및 에이전트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에 참여하기도 했다. 첫 미팅은 독일 내 중대형 철강 가공 판매업체와 있었다. GS글로벌과는 꾸준히 거래를 해온 업체로, 고객관리 차원에서 방문했는데 일은 미팅 준비사항을 체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를 위해 기존 계약 현황이나 현재 논의 중인 사안들을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고객사에 전달할 적당한 선물을 고르기도 했는데,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때 깨달았다.


한 뼘씩 자라는 나

나는 앞으로도 GS글로벌 유럽법인에서 꽤 오랫동안 일하게 될 것 같다. 본사 규모에 비해 법인의 규모는 턱없이 작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인턴 신분으로 출발했지만 내가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한 것은 물론, 부족한 부분은 하나하나 채워나갈 수 있었다.

요즘 나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퇴근 후 어학원을 다니면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 목표는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독일어 실력이다. 동시에 계속해서 업무 역량을 키우면서 독일과 유럽 시장의 전문가가 돼야 할 것이다


*출처: 무역협회 (www.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