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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취업 & 자격증/생생한 현장 이야기

양복입고 구두신고 마라톤하는 이유는?!

마라톤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다

지난해 3월, 정재종 씨는 세종울트라마라톤(100km)을 완주했습니다. 순위권 안에 들진 못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결승선에 들어온 그의 복장에 쏠렸습니다. 양복 정장에 구두를 신고 코스를 완주했기 때문인데요. 얼마 뒤 영국에서 열린 솔즈베리 산악마라톤(50km)에도 그는 양복과 구두 차림으로 참여했습니다.

세종시 울트라마라톤대회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는 말끔한 정장에 구두 차림이었다.

Q. 정장과 구두를 착용하고 마라톤에 참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세계여행 후 복학을 했는데,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도 제 앞길을 모르는데 ‘어떻게 살면 좋겠냐’고 제게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에게, 말 대신 달리기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인생도 마라톤같이 정해진 목표 지점이 있지만 그곳을 향해 가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는 메시지를요. 그래서 마라톤으로 후원 받은 정장을 취업 대신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찾고 있는 친구들에게 선물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는 천식 때문에 호흡기 신세를 져야만 했습니다. 이에 새벽마다 운동하며 체력을 길렀고, 습관이 되다 보니 대학에 와서도 매일 새벽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군 복무 중 하프마라톤 선수인 군 간부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마라톤에 입문했습니다.

보통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뛴다는 울트라마라톤. 홀로 달리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Q. 지금까지 총 2,200km 완주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요?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어요. 결승선이 임진각이었지만 향후 신의주까지 달릴 수 있는 마라톤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통일부, 외교부엔 경기 개최를 제안하는 제안서를, 미국 백악관에는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어요. 결국 어떤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신의주까지 꼭 달리고 싶어요. 마라톤이 통일로 가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573km를 뛰는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마라톤 대회. 그는 충청도 부근에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결국 시간 내에 완주하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습니다. 마라톤에 실패하자 문득 다른 일도 마음먹은 대로 성취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 한 켠에서는 이번에 실패해봤기 때문에 다음엔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마라톤 대회 당시의 정재종 씨

Q. 마라톤을 하다 보면 육체적, 정신적 한계로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을 텐데요. 끝까지 도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삼수를 하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어요.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실력은 미치지 못했죠. 제 실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까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시간들을 보냈어요. 그 과정에서 제 자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계를 넘어서려고 도전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족한 제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걸 배운 거죠.”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안보 전문가’의 꿈

정재종 씨는 브라질 아마존 정글 레이스의 5번째 한국인 완주자입니다. 이 밖에도 프랑스 몽데빌 울트라마라톤, 포르투갈 미란다 도코보 울트라마라톤, 영국 솔즈베리 산악마라톤까지 다양한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달려온 모습들. 브라질 아마존 정글 레이스(위), 영국 솔즈베리 울트라마라톤(왼쪽 아래), 산티아고 순례길 횡단(오른쪽 아래)

달리기를 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위안부 문제, 독도 바로 알리기 등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 민간 외교 활동도 병행했습니다.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16일간 뛰어서 횡단하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인정 받아 국민참여 공공외교 프로젝트에서 최우수상을, 2015년 대한민국 인재상 부총리상을 수상했습니다.

Q.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오셨는데요. 역사∙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창시절 공부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역사책만은 꾸준히 읽었어요. 세계사 연도까지 줄줄이 꿰고 있던 ‘역덕후’였죠. 어떻게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한 행사를 진행했어요. 여행 중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기에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4년 브라질, 2015년 벨기에와 아이슬란드, 2016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이런 행사를 진행했어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바로 알리기 위해 나섰던 세계일주 서베이 당시

정재종 씨는 2013년 군 제대 후 세계 40개국을 여행했습니다. 경비는 철저히 현지에서 일하며 충당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1년 동안 체류하며 프랑스어를 독학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해외 분쟁지역을 직접 둘러보며 ‘국제안보 전문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Q. 국제안보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허황되게 들릴지 몰라도 제 꿈은 ‘세계 평화’예요. 어렸을 때부터 전쟁, 국제분쟁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죠. 작년엔 이스라엘에 있는 외교부 참사관님, 군사무관님께 연락을 드리고 직접 방문하기도 했어요. 처음엔 한국의 대학생이 테러, 분쟁에 관심을 갖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접경인 가자지구, 헤브론에 가겠다고 하니 저를 의심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직접 만나 뵙고 국제안보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저의 꿈을 이야기하니 일면식도 없던 제게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안내해 주시고, 관련된 자료도 주시며 도움을 주셨어요.”

최근 그는 교환학생으로 서울대에서 외교학을 공부하며 테러와 안보에 관한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직 학생이라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를 느끼지만 관련 분야 종사자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직접 그 지역에 가보기도 하며 나름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는 정재종 씨.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졌습니다.

Q.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해 나가실 계획인가요?

“해외 분쟁지역에서 먼저 경험을 쌓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분쟁을 해결하고 싶어요. 졸업 후 군사외교와 철학을 더 공부하고 싶고요. 이를 바탕으로 테러에 관한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일반인 대상 테러가 전 세계에 번지고 있는데,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 테러가 난다면 우리나라 전체의 컨트롤타워가 무너질 수 있거든요. 위기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출처: LG Challengers (www.lgchallengers.com)